최창원 부회장, ‘슈퍼 신사업’ 살리기 안간힘

5년 넘게 PPS 신사업에 투자…총수 뚝심 '양날의 검'

입력 : 2018-02-13 오후 4:03:5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창원 부회장이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 신사업에 남다른 집념을 보인다. 예상보다 성과가 지연되는 상황에도 5년 넘게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지주회사체제 전환 후 선택과 집중의 사업조정 강도를 높이는 와중에도 또다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성과가 더딜 수 있는 신사업에 대한 장기투자 '뚝심'은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강점이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부담도 적지 않다.
 
SK케미칼 이사회는 지난 12일 자회사 이니츠에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이번 출자금액은 598억9500만원이다. 이달 중 이니츠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결의하면 무의결권부 전환우선주 99만8250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출자한다. 이니츠는 SK케미칼이 66%, 일본 테이진이 34%의 지분을 보유한 글로벌 합작사다. 폴리페닐렌 설파아이드(PPS)를 생산 및 판매하는 사업목적으로 2013년 8월28일 설립됐다. PPS는 미국과 일본의 소수 메이저 업체가 과점하는 시장으로, SK케미칼이 신규 진입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SK케미칼은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2014년에 150억200만원, 121억5500만원, 118억4600만원씩 3차례,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84억2300만원, 78억6000만원씩 출자했다. 그 속에 성과는 아직 가시화 되기 전이다. 이 회사는 2015년에 45억5140만원, 2016년에 52억2984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각각 177억4578만원, 226억3950만원의 미처리결손금이 발생했다. 심지어 매출은 2016년까지 전무했다. 지난해 결산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유상증자는 이 회사가 아직 자체적으로 결손금을 해결할 능력이 못된다는 점을 방증한다. 즉, 지난해 흑자전환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이니츠는 2015년 1만2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완공해 그해 본격적인 시제품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계획보다 출시가 지연됐다. 기존의 PPS와 다른 생산 공법 등 기술 개발을 수행하다보니 안정적인 조업이 늦춰졌다. 이니츠는 지난해 들어서야 시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내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해 글로벌 톱3에 올라선다는 목표였으나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PPS는 내열성과 강도가 우수한 물성으로 금속을 대체하며 자동차나 전지 분야에 쓰인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개황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 기대되나 경쟁도 만만치 않다. 기존 금속 소재의 물성을 개선한 고부가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비슷한 용도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종류도 많다.
 
SK케미칼이 유상증자에 지속 참여하는 것은 테이진과의 파트너 관계도 고려한 듯 보인다. 테이진 역시 매번 유상증자 때마다 지분율만큼 출자해왔다. SK는 한국과 중국에서, 테이진은 일본 내 자동차 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며 글로벌파트너링 사업 모델을 취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14년 외국인 투자 유치 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경제 발전에 기여한 모범사례로 회자되기도 했다.
 
한편, SK케미칼은 같은 날 SK유화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고, 백신사업을 올해 안에 분사해 별도 법인을 설립키로 하는 등 사업 재편에 나섰다. 지주회사 출범 이후 독자경영체제를 다진 최 부회장이 과감한 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으로 보여진다. SK케미칼 주주로서는 자산 변동이 심한 이슈가 한순간에 발생해 변동성 리스크가 적지 않지만 SK유화의 경우 소규모합병에 해당돼 주주총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백신사업 분할 시에는 주주 반대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뒤따를 수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재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