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돌팔매'…NAFTA서도 국내 차업계 압박

미국 역내 생산비율 85%로 대폭 강화 요구

입력 : 2018-02-21 오후 6:37:3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통해서도 국내 자동차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멕시코 생산법인은 NAFTA 전면 파기 또는 원산지 규정 강화 골자의 재협상 결과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탁기, 태양광, 철강, 자동차 등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 규제가 쌓이는 만큼 새 시장 개척의 절실함도 폭증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북방·남방전략에 따라 그동안 생산기지 관점에서만 접근했던 아세안, 러시아·CIS지역을 시장 관점으로 달리 볼 것을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최근 미 세이프가드(통상법 201조) 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할당관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고려할 때 수입할당량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입제한효과가 클 전망이다. 세탁기 사건에서는 조사대상 상품 및 국내 산업의 범위에 완제품 외 부품까지 포함시킨 조치가 WTO 협정 위반여부 쟁점으로 부각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는 산업피해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에 포함시킨 것도 논쟁거리다. ITC는 이미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해 이중규제 논란도 있다. 이는 곧 어떤 수단을 활용해서라도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트럼프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원은 평가했다.
 
수입억제 의지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도 노골적이다. 코트라 워싱톤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상품 교역흑자(229억달러)는 전년 대비 16.99%(47억달러) 감소했다. 반면, 일본은 교역흑자가 증가했는데 무역보복 카드는 유독 한국에만 집중된다. 트로이 스테게론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미국 일자리를 파괴하기보단 오히려 창출했음을 통계가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수출선적 자동차. 사진/뉴시스
한미 FTA 재협상의 피해 업종은 주로 자동차가 거론되는데, 그보다 앞서 NAFTA 재협상의 결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총 23개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완성차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멕시코가 트럼프정부의 타깃이다. 협상은 벌써 제6차까지 마무리 됐다. 미국은 현재 역내 생산비율인 62.5%를 85%로 대폭 강화하고 이 중 미국산 부품이 전체의 50%를 차지하도록 규정 변경 및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에 불리한 모든 협정을 전면 탈퇴하겠다고 예고해 NAFTA 전면 파기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정부는 WTO를 통한 분쟁해결 등 강경대응하는 한편, 신남방·북방전략을 추진해 G2 중심의 통상전략을 탈피할 근본 대책도 모색 중이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원자재 생산지로서의 위상, 한국보다 8세 젊은 인구와 구매력 상승 등 기회요인이 많다. 자국산 선호 경향이 강한 인도에서도 수입대체비중이 낮은 자동차·전자부품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CIS 지역은 경제규모에 비해 무역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미개척 시장으로 신동방정책에 따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용민 러시아 주재 코트라 상무관은 “러시아는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CIS 국가들과 유라시아경제연합을 구성해 단일 경제권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만큼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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