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투아웃제 손질…제약업계, 기대·우려 공존

'징벌적규제' 실효성 기대…불법 행위 처벌 완화 우려도

입력 : 2018-02-26 오후 5:49:05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2회 이상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폐지에 제약업계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배상 금액을 대폭 상향한 징벌적 규제 도입으로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는 의견과 오히려 처벌 강도가 낮아져 리베이트 활동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폐지하는 대신 약가인하와 과징금 상향 등으로 처벌을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오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되면 약 6개월 후인 9월부터 시행이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불법 리베이트에 적발된 의약품의 보험 급여를 정지 또는 제외하는 대신 보험약가를 감액하거나, 과징금을 대폭 큰 폭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2차 적발시에는 약값을 각각 최대 20%, 40%씩 낮추고, 3·4차 적발시에는 급여 제외 또는 매출액의 60%, 100% 과징금을 물리는 식이다. 리베이트 적발시 품목 매출에서 20%나 40%가 한번에 증발하는 셈이다. 또한 추가 적발시에는 의약품 매출에서 최대 두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정부 조치를 바라보는 업계 전반적인 시각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제도는 물론, 환자의 약물 선택권까지 보장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리베이트로 적발된 의약품을 복용하던 환자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의약품이 퇴출되면 약을 복용하던 환자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중증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제를 복제약으로 변경했을 때 이상반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부담이었다. 또한 업계 횡횡한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 실효성 있는 질벌적 과징금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개정 취지다.
 
새로운 리베이트 정책 도입에 대해 업계에선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분명히 더 강력한 정책이긴 하지만 애시당초 리베이트가 처벌 강도의 미비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데다, 변화될 법안의 처벌 수준 역시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없어 제도적 실효성은 유지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처벌 강도 약화로 리베이트 행위가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2차 적발에 급여에서 제외되던 것이 2차까지는 과징금으로 끝나게 된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처벌 강도가 약해진 것"이라며 "제약사에 리스크를 안고도 시장 점유를 위해 밀어붙여야 하는 특정 의약품이 있다면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허용 범위가 넓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지난 2014년 7월2일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제약사가 의약품 채택 대가로 병원과 의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두 번 이상 적발된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영구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차 적발 시에는 경고 또는 최대 1년의 급여정지처분을, 2차 적발 시에는 각 금액의 행정처분에 2개월이 가중 처분이 내려지고 리베이트 금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2회 적발시 해당품목의 보험청구가 삭제된다. 지난해 5월 불법 리베이트로 물의를 일으킨 한국노바티스의 42개 의약품 가운데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뇌전증 치료제 '트리렙탈' 등 33개 품목이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에 그친 이유 역시 중증 치료제를 사용 중인 환자들을 고려한 조치였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관련 공개토론회 전경.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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