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유리천장'을 깬 고위직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 인력 중심의 자동차업계도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유리천장지수가 조사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29위로 현저히 낮은 만큼 전문가들은 인식전환과 더불어 국가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리천장이란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8일 <뉴스토마토>가 세계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여성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여성임원 수는 15명으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0년 처음 여성 임원을 발탁했다. 김화자 전
현대차(005380) 이사는 당시 판매부문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두며 현대차 최초 여성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지난해 12월 '2018년도 정기임원 인사'에서는 현대·기아차 IT 기획실장 안현주 이사대우가 이사로 승진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여성임원은 조미진 현대차 인재개발원부원장 전무를 비롯해 김효린 현대·기아차 제품UX기획실장 이사, 안현주 현대·기아차 IT 기획실장 이사 등 총 3명이다.
현대차의 정규직과 계약직 등 전체 근로자 중에서 여성비율은 2014년 4.6%, 2015년 4.7%을 기록한 가운데 2016년 4.85%로 소폭 늘고 있다. 이처럼 여성직원 수가 늘고 있는 것은 성별보다는 철저히 성과와 향후 성장 잠재력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성별 구분없는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2015년·2016년 9명이었던 여성임원이 2017년 10명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여성임원으로는 황지나 홍보담당 부사장이다. 황 부사장은 2011년 9월 미국 GM에 합류한 뒤 한국지엠의 홍보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다 2013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기업 여성임원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WIN의 신임회장으로 취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사장 포함 총 10명의 본부장급 임원 중 황은영 홍보본부장과 최숙아 재무본부장(CFO) 등 총 2명의 여성임원이 있다.
황 홍보본부장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플레시먼 힐러드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 기구 등에서 활동해온 홍보 배태랑이다. 최 CFO는 미국공인회계사이면서 보스턴대학에서 MBA를 마친 재무분야 전문가로 한국인 여성 CFO로는 처음 국내 외국계 자동차회사에 영입됐다.
르노삼성은 여성인력양성 프로그램인 '우먼@RSM'을 통해 우수한 여성인력의 채용확대와 체계적인 여성인력양성 활동은 물론 대외적으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업계 특성상 전체 여성 임직원 비율(16%)은 낮지만 신규 입사자(경력 포함) 채용의 평균 27%가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 여성 비율은 38% 수준이다.
쌍용자동차는 현재 여성임원이 없지만 지난해 ‘여성리더십스쿨(WLS)’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여성임직원들의 리더십 함양과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지원에 힘쓰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여성 인재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식전환과 더불어 국가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환경 등을 개선해 여성 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여성임원이 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성차별 해소를 위한 인식전환과 더불어 탄력근무제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계열사의 국내외 법인직원들이 한데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