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6일 건강상의 이유로 약 3시간 동안만 조사를 받고 돌아간 이 전 의원은 이달 7일 다시 출석해 약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 관계자는 8일 이 전 의원의 조사에 대해 "처음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실상 정상적인 조사가 아니었다"며 "이 전 의원의 진술이 어떻게 바뀌었냐고 한다면 어폐가 있지만, 불법 자금 수수 사실에 대해 전부 부인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인사 청탁 등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005930) 법무실 전무에게 약 14억원, 이 전 의원에게 약 8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사무실,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후 조사한 이 전무를 다시 소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조사하기 위해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소환을 통보했다. 지난 5일 소환 통보를 받은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날까지 일정 조율 등 의사를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의 자금 수수 등 뇌물 혐의,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와 관련한 뇌물·횡령·직권남용 등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가 각각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다스 직권남용 고발 사건을 시작으로 두 달 반 정도 기간 진행하고 있다.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 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도 지난해 12월 수사에 착수해 기존에 확인된 경리직원 조모씨의 120억원 횡령 혐의 외에 김성우 전 사장 등 경영진과 회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추가로 발견했으며, 지난달 말 활동 종료 후 일부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을 염두에 둔 수사는 아니었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횡령 등 혐의를 포착했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뇌물 혐의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또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지급된 자금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삼성 수사가 이뤄졌다"며 "다스의 차명 재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자금 출처를 수사했고, 그것이 민간 영역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과 2010년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구해 김 전 기획관이 2억원씩 총 4억원을 수수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다스는 2003년 5월부터 전 BBK 투자자문 대표 김경준씨를 상대로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진행하던 중 2009년 미국의 대형 로펌 에이킨 검프를 선임했다. 하지만 다스가 아닌 삼성전자가 그해 3월부터 10월까지 소송 비용 총 60억원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스는 결국 2011년 2월 승소해 투자금 전액을 송금받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15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