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극적이었다. 이후 구체적인 일정·장소 등을 놓고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 시간으로 8일 오후 2시30분부터 로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지나 하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각각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1시간 후인 3시30분부터는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까지 참석한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20여 명의 각료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각료들 대상 브리핑이 1시간 예정되어 있었지만 45분 만에 끝났다”며 “도중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 빨리 와라’라는 전갈이 왔다”고 설명했다. 당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이 금요일로 조정 중이었는데 예상보다 빠른 면담요청이 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오후 4시15분부터 5시까지 백악관 내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됐다. 면담에서 정 실장은 “여기까지 오게된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어제(8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목사님 5000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인사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저(정 실장)를 여기에 보낸 것은 지금까지 상황을 말씀드리고 앞으로도 한미 간 완벽한 공조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브리핑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김정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하면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생각을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하고 “좋다,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바로 수긍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여기까지 발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는 문 대통령의 사의에 고마워하며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를 수락한 정 실장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방에서 발표 문안을 조율한 뒤 문 대통령 보고를 거쳐 브리핑을 진행했다.
면담 중 정 실장은 매티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여한 조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중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됐지만 남은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회담 장소를 놓고 양측 간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가 이뤄질 장소와 시간 등 사실 과제가 많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