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수입차가 주도하는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철수설이 불거진 한국지엠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데다가 수입차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 추세가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21만7884대, 수입차는 4만1003대로 총 25만8887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증가해 판매량 변동은 거의 없었다.
우선 현대·기아차의 2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7만7736대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점유율은 작년 66.7%에서 68.7%로 2.0%포인트 상승했으며, 국내 완성차 업체로 한정하면 76.3%에서 81.6%로 5.3%포인트나 올랐다. 반면에 한국지엠은 1만3648대로 전년대비 40.3%, 르노삼성은 1만1755대로 23.9%나 감소했다. 점유율도 한국지엠은 8.8%에서 5.3%로 3,6%포인트, 르노삼성은 6.0%에서 4.5%로 1.5%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수입차는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4만1003대로 작년 같은 기간 3만2886대보다 24.7%나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12.7%에서 15.8%로 3.1포인트%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가동 중단 여파를 현대·기아차와 수입차의 점유율 상승, 한국지엠 및 르노삼성의 하락세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5월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한국시장 철수 위기가 확대되면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우며, 현대·기아차와 수입차가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이 국내 철수를 하지 않더라도 그동안의 논란으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한데다가 중고차 가격 방어 및 사후 서비스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도 인기 차종의 부진으로 올초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별한 신차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2월 'SM6'은 1408대로 전년대비 63.9%, 'QM6'은 1883대로 25.1% 감소했다. 또한 올해 5월 국내 출시가 유력한 '클리오'도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은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리오는 작년에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던 모델이지만 국내 출시는 계속 미뤄졌다”면서 “출시 적기를 이미 1년 이상 놓쳤기 때문에 판도변화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올해초부터 다양한 신차 라인업을 내세우면서 앞으로 시장 점유율 상승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형 싼타페'와 '올 뉴 K3'은 둘 다 6년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지난달 출시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더 K9'를 비롯해 이후 '코나EV', '니로EV' 등을 출시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한다는 목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형 싼타페, 올 뉴 K3, 더 K9 등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현대·기아차
한편, 수입차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처음으로 15% 돌파했으며, 2월에는 15.9%로 상승했다. 앞으로 폭스바겐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월 수입차 실적을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6192대, BMW는 6118대로 한국지엠(5804대), 르노삼성(5353대)보다도 판매량이 많아 완성차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고급 차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입차에 대한 고객 선호도 또한 높아졌다”면서 “현 추세를 감안하면 수입차의 비중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연구원도 “앞으로 현대·기아차와 수입차 간 점유율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시장 모멘텀이 부족한 르노삼성, 쌍용차를 비롯해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한국지엠은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벤츠의 '더 뉴 메르세데스-AMG E 63 4매틱+'. 사진/벤츠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