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 중 캐나다와 멕시코산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발표하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철강 수출에 대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관세 예외'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국제 공조, 수출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오랜 기간 전부터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의 설득이 통하지 않는 것과 미국의 거침없는 행보 등을 비춰볼 때 이에 대한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 국내 철강 생산액은 7조2300억원, 부가가치 손실액은 1조3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철강 생산이 줄어들면 총 취업자도 1만4400만명 감소해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손실을 우려해 현재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줄이거나 면제될 수 있도록 미국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9일 열린 민관 합동 대책회의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현지에서 라이트하이저 미국 USTR 대표를 접촉해 232조 조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고, 향후 협의 창구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국가인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면서 관세가 발효되는 23일 까지의 유예 기간 동안 관세 면제를 위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USTR과 국가별 면제를 논의하면서 품목별 면제는 미 현지 기업들이 상무부에 요청하고 업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의 청원을 유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그동안 김현종 본부장이 미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진행한 설득 작업도 성과가 없었고, 여러 가지 팩트를 제시했음에도 결국 미국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지금은 통상당국이 열심히 뛰어야 하는 상황이 맞긴 하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범국가적인 큰 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는 WTO제소 카드도 국제 무역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힘의 논리를 따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무역질서보다 힘의 의한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WTO제소는 다른 조치들과 함께 가는 것으로 강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협상 통로와는 별도로 수출선 다변화·내수 진작·철강재 고부가가치화 등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병행해 보호무역주의의 수출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철강 수출국과 공조해 철강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철강업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최종결정 관련 민관합동대책회의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