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100억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뇌부 관계자는 14일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 된 것으로 안다”면서 영장 청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검토 중이지만 오는 16일쯤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현재 파악된 20여개 전부가 아닌, 확실한 증거와 진술로 사실이 특정된 대표적 혐의 5~6개 정도만을 우선 적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에게 다스 소송비용 대납 명목으로 뇌물 60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대표적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삼성과 이 전 대통령간 또 다른 의혹과 관련해 "달리 적용할 혐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뇌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이 전 대통령은 장시간 이어진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오후 5시쯤까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등 차명 재산, 다스 비자금, 다스 소송에 공무원을 동원한 문제, 대통령기록물 반출 등을, 이후부터 다스 소송비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다스와 관련된 혐의를 전혀 모른다거나 일부 사실관계를 아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무자 선에서 이뤄졌을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이 전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되는 진술을 제시하면서 이를 반박했다.
이날 오전 9시23분 검찰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원고를 준비해 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면서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다스 실소유주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면서 이번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그동안 드러난 이명박의 불법·비리와 각종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사실로 확인된 불법·비리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신병 처리와 함께 무거운 처벌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이명박이 저지른 범죄 자체의 중대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향후 이명박이 범죄 관련자들과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구속수감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