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 피해를 일으킨 페이스북에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13차 회의를 열고 페이스북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3억9600만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은 첫 사례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위이며 국내 일일 접속자 수가 1200만명으로,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자"라며 "이번 시정 조치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날 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전기통신사업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 시 과징금을 3억원 초과 6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게 돼 있는데 페이스북은 3억9600만원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에 피해를 유발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사실조사를 벌였다. 김 국장은 "페이스북은 KT 요구에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KT는 해외로 변경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방통위는 국제 협정에 의거, 부가통신사업자로 인정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국장은 "페이스북은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국경간 서비스 공급이 허용되는 사업자로, 부가통신사업자 등록 없이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전기통신회선설비를 빌려 사업을 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유감스럽다"며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주요 통신사들과 중소 ISP(통신서비스사업자)와도 망 사용료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이 국내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인터넷 산업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망 사용료 정산에 대해 갈등을 빚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페이스북은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해외로 임의로 변경해 서비스 속도를 지연시킨 혐의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 중 KT에만 전용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매출을 올리면서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 법인 페이스북코리아를 운영하며 매출 비중이 큰 광고 매출을 아일랜드 법인에 반영해 국내 매출에 상응하는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를 벌이며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자 페이스북은 지난 1월 본사 케빈 마틴 부사장이 방한해 이 방통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마틴 부사장은 "페이스북이 현지에 수익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기로 한 25개 국가에 한국도 포함됐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조세법을 성실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는 2018년도 지상파 DMB 방송국 재허가 세부 계획과 위치정보 사업자 신규허가에 관한 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