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한 국내 바이오기업
파미셀(005690)이 간경변 치료제 최초 타이틀도 거머쥘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파미셀은 자체 개발한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 '셀그램-LC'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지난해 12월6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품목허가를 받아내면 셀그램-LC는 최초의 간경변 치료제이자 국내 5호(글로벌 8호) 줄기세포치료제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간경변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재생결절 등의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어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한 번 발생하면 대부분 계속 진행돼 간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간성뇌증이나 간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등 주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자가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셀그램-LC는 알코올로 손상된 간조직의 섬유화를 개선시키고 간기능을 회복시켜 간경변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조건부 허가를 취득하게 되면 파미셀은 현존하는 유일한 간경변 치료제로서 주인없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존재하는 치료제가 없는 만큼 간경변 치료제 시장에 대한 규모 파악은 어렵지만, 주요 원인 질환인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만 약 3000억원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BI리서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8개국(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의 B형 간염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1년 35억달러(약 3조753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개발사인 파미셀 입장에서는 시장 선점을 넘어 상징적 입지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세계 유일의 허가 줄기세포치료제 2종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파미셀은 이미 지난 2011년 급성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AMI'로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후 파미셀을 포함한 국내사 4개(메디포스트, 안트로젠, 코아스템), 해외사 3개(오시리스페타퓨틱스, 키에시파르마슈티치, 테루모) 등 총 7개사가 줄기세포치료제 승인을 얻어냈지만, 2개의 줄기세포치료제를 보유한 곳은 현재로선 없다. 전세계 7종에 불과한 줄기세포치료제 중 4종이 국내 기업 제품일 만큼 국내사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파미셀은 가장 비중있는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 7일 6110원에 장을 마감했던 파미셀의 주가는 22일 1만4500원으로 약 2주새 2배 이상 올랐다. 셀그램-LC 호재에 국내 5호 줄기세포치료제를 노리던 네이처셀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악재가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식약처는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품목 허가에 대해 반려처분을 통지한 바 있다. 이에 네이처셀에 쏠렸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며, 파미셀로 관심이 급격하게 이동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미셀 역시 네이처셀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미 승인받은 줄기세포치료제를 보유한 만큼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셀그램-LC는 현재 지난 2012년 11월 시작한 국내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도 현지 임상 1상을 승인받은 상태다.
파미셀 관계자는 "조건부 품목허가는 현행 규정상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115일 내로 결과가 나오는 만큼 해당 시기(5월 중순~30일)에 맞춰 허가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