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중형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정부와 채권단 발표 이후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노동조합이 채권단의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며 파업에 나서며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중형 탱커선을 중심으로 대규모 일감을 확보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STX조선지회(이하 노조)는 22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생산직 노조원 350여명이 참석한 이날 부분 파업은 도크 내 모든 작업을 중단한 채 STX조선해양이 제시한 인적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23일 같은 시간대에 한 차례의 부분 파업을 더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26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금속노조 STX조선지회와 성동조선지회 등 조선업계 노동조합이 정부와 채권단의 조선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는 지난 19일 담화문을 내고 인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장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컨설팅 결과에는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 생산직의 75%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지회와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STX조선해향은 지난 8일 산업은행이 정한 기한에 따라 다음달 9일까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고용이 담보되지 않은 노사확약서 제출에 거부한다는 방침을 정해 회사와 노조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요구하는 인적 구조조정 규모가 너무 커 간극을 좁히긴 어려울 것 같다"며 "채권단 컨설팅에 따르면 200명 수준의 생산직으로 조선소를 운영해야 하는데 나머지 인력은 외주를 끌어오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이날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에 추가 자금 지원을 거절하면서, 생사 결정권은 이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통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채무탕감과 부채조정을 하고, 구조조정 등을 거쳐 회사 정상화 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성동조선해양도 청산절차에 돌입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뒤늦은 중형조선사 구조조정이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과의 수주경쟁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한다. 특히, 2015년 말부터 추진했던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대규모 공적 자금 지원에만 그쳤다는 지적이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이 각각 4조5000억원과 2조60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경쟁력 강화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에 목을 맨 사이 중국은 대규모 일감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선소는 426척을 수주하며 가장 많은 일감을 가져갔다. 한국 조선업계는 21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나, 이 가운데 대형 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198척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중형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은 업계와 채권단이 지원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지리한 줄다리기를 할 뿐 경쟁력 강화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을 서둘러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