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지배구조 개선"…정면 돌파 의지

"독립성·투명성 재고"…사퇴 요구에 즉답 피해

입력 : 2018-03-23 오전 11:36:35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세워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황 회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3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지난 1년간 이사회에서 지배구조에 대해 논의하고 전문가의 컨설팅과 주주 간담회를 거쳐 도출된 개선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한 방안이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안대로 통과된 KT의 주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이사회 산하의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과 최종 후보 확정 ▲사외이사 자격에 기업경영경험 추가 ▲복수대표제 명확화 등이다.
 
한 주주가 "박근혜 정부 시절 황 회장은 불법 경영을 해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책임지고 용퇴하라"고 말하자 황 회장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며 주총과 관련 없는 질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참여정부 인사를 KT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원안대로 의결됐다. 참여정부 시절 사회문화수석을 지낸 이강철씨와 경제수석을 맡았던 김대유 원익투자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이다. 참여정부 인사인 이 씨와 김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내세워 현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 사외이사는 이날 주총에는 개인사유로 불참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KT연구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황 회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요 KT 임원진이 상품권을 소위 카드깡 방식으로 현금화해 이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건넨 것을 수사하며 황 회장이 이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부터 KT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원들을 조사한 경찰은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조만간 황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도 KT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KT가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의 뇌물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황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정기 주총까지다. KT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목적사업 변경·지배구조 개편) ▲사내·외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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