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방문 조사 거부…수사 차질(종합)

"피의사실 무차별 공개…추가 조사 응하는 것 무의미"

입력 : 2018-03-26 오후 4:07:0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후 이 전 대통령을 다시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에 적시한 6개 혐의에 대한 보강 조사와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려던 검찰의 수사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조세)·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구속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법무법인 열림 변호사는 이날 오후 12시2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열림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오전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했다"며 "의논 끝에 대통령께서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고, 조금 전 검찰에 이와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지난번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한 것이고,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물을 것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며 "하지만 구속 후에도 검찰은 함께 일했던 비서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고,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검찰의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사에도 검찰은 조사를 위해 이날 오후 12시53분쯤 예정대로 검사와 수사관을 서울동부구치소로 보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조사를 거부했다. 애초 검찰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이뤄진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날 방문 조사에서도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주도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와 관련한 혐의를 먼저 확인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란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은 14일 오전 9시50분쯤부터 약 14시간 동안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본인은 알지 못하는 일", "기억 못하는 일", "실무선에서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일"이라고 부인하고, 검찰이 제시한 보고서 등 객관적 자료 대해서는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조작된 문서란 취지의 주장을 내세웠다. 다스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유가 아니고, 경영에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옥중조사를 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도착,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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