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가상현실(VR) 관련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VR은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제조사들이 5세대(5G) 통신 시대의 핵심 콘텐츠로 삼고 사업 확장에 힘을 쏟는 분야다.
서울 신촌의 VR 테마파크 '브라이트'. 사진/KT
개인이 VR을 체험하려면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와 콘텐츠를 구매해야 한다. 비용이 부담스럽고 아직 콘텐츠의 종류와 수도 많지 않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는 적다. 이통사와 주요 VR 사업자들이 VR방이라 불리는 VR 체험 공간을 마련하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큰 비용 부담 없이 VR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VR 체험공간 시설과 관련된 전용 인허가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때문에 기업이나 VR 가맹점들은 VR방을 개설할 때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이나 기타유원시설 등으로 인허가를 받는다.
VR은 체험 기구와 콘텐츠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다른 업종 허가 기준에 맞추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 VR 콘텐츠 전문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최정환 부사장은 "VR 체험공간은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꾸며야 하는데 기존 허가에 맞추려면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며 "VR방 관련 인허가가 따로 신설된다면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VR방 점주는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젊은 세대가 붐비는 곳에 VR방을 내려면 학교 근처 200m 이내에는 설치할 수 없는 상세정화구역 기준에 걸린다"며 "때문에 기타유원시설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규정에 맞추다 보면 최적의 체험공간을 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VR 기구들은 게임업이나 기타유원시설업으로 관리 중이며 안전관리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면서 "새로운 업종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VR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유통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인찬 드래곤플라이 ARVR 총괄 본부장은 "제작 단계에 집중된 기존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완성된 콘텐츠가 국내외 퍼블리셔들과 연결되는 사업까지 가능하다면 VR 콘텐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VR방은 중소 가맹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최근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KT는 지난 2월 GS리테일과 함께 서울 신촌에 VR 테마파크 '브라이트'를 개관했다. 직영점이나 가맹점 형태로 VR 체험공간 사업을 2020년까지 200여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J헬로는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기타유원시설업을 추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테마파크에 VR 체험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을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