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대는 줄기세포연구)②시장선도하고도 '황우석 사태' 암흑기…규제 완화로 U턴 시도

각국 재생의학 선도경쟁 치열…국내는 규제에 발묶여 연구중단·인력유출
"기초연구조차 막는 건 지나쳐"…중앙집권적 규제·복잡한 승인절차도 문제

입력 : 2018-04-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줄기세포 시장에서 한국만 낙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최근 커지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건 배아줄기세포 부문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신속한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도 경쟁 국가에 R&D 역량이 역전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점은 생명윤리법 개정으로 모아지는 중이다. 규제 완화로 줄기세포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줄기세포는 특정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원시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 활용시 손상받은 신체 부위의 세포들을 재생할 수 있다.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손상된 장기를 복구하거나 신경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난치성 질환을 해결할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1호 줄기세포치료제뿐만 아니라 허가 제품을 최다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개발된 7개 줄기세포치료제 중 4개가 국내 제품이다. 전세계 최초이자 국내 최초 줄기세포치료제는 2011년 승인된 파미셀의 급성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이다. 메디포스트의 관절염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크론성누공치료제 '큐피스템'은 나란히 2012년 허가를 받았다. 코아스템의 루게릭병치료제 '뉴로타나-알주'가 2014년 가장 최근 승인받았다.
 
줄기세포 관련 전세계에서 승인된 임상시험은 총 5000여건으로 추정된다. 줄기세포치료제 상업적 임상연구는 총 314건에 달한다. 한국은 46건으로 미국(155건)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임상시험을 많이 진행했다. 하지만 인간 배아줄기세포 부문의 상황은 다르다. 국내는 규제에 발이 묶인 사이 경쟁국들이 배아 연구를 선도하는 양상이다.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나뉜다. 성체줄기세포는 주로 지방, 태반, 골수, 제대혈(탯줄에 존재하는 혈액) 등에서 채취한다.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다시 자신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국내 연구는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 위주다. 국내에서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 4종은 모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배아조직(배반포)에서 얻어진다. 증식력이 강해 인체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보다 치료 효과와 범위가 크고 넓지만 인간배아를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선 연구범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학계 관계자는 "배아줄기세포는 무한 증식하기 때문에 파생되는 치료제의 잠재력과 연구 가치가 높다"며 "광범위한 규제로 배아 기초연구조차 가로막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은 배아 연구범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자금을 지원한다. 영국과 일본, 중국 등도 연구목적의 배아 생성을 허용한다. 성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오리곤 건강과학대학은 2013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은 올초 배아줄기세포로 인간의 신장을 만들어냈다. 일본도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환자에 적용하는 첫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연구 중단에 이어 연구자 해외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차병원그룹은 국내 규제에 가로막혀 2006년 미국에 재생의학연구소를 설립해 배아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미국 ACT와 공동개발로 스타가르트병과 노인성 황반변성증 등 안과질환 치료제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는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중앙집권적 규제와 복잡한 승인 과정도 문제로 지목된다. 간소하게 기관윤리심의위원회 승인만 요구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와 보건복지부 승인 절차를 이중으로 받아야 한다. 접수부터 승인까지 8~9개월이 소요된다. 또한 보존기간이 5년 지난 동결난자나 미성숙·비정상 난자만 사용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법률로 배아 연구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생명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초연구가 가능하도록 생명윤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2015년 27억5000만달러(약 3조원)에서 연 평균 15.4% 성장해 2018년 48억9000만달러(약 5조465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5년 전체 치료제 중 성체줄기세포가 69%, 유도만능줄기세포(성체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원시세포로 되돌림)가 14%, 배아줄기세포가 1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모시 데이비스(Timothy T. Davis) 미국 LA 세다스 시나이(Cedars Sinai) 메디컬센터 박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인트스템' 2상 결과 설명회에서 임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네이처셀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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