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서울 월세시장이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월세 비중이 27.5%로 줄어들며 3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전세 비중이 늘어 전세가격이 내려갈 수 있지만, 장기간 월세 비중이 줄 경우 전세 목돈 마련이 어려운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지역에 전세와 매매 시세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4936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27.5%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1월(27.8%)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도 8.1%포인트 하락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봐도 월세 비중은 지난해 11월(30.2%)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월세 비중 감소 원인으로 수도권 신규분양 물량 증가, 양도세 중과로 인한 임대수요 전환 등을 꼽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수도권과 지방에 입주물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임대차 수요가 신규분양으로 옮겨갔다"며 "특히 수도권에서 갭투자자들이 내놓은 전세 매물이 늘면서 월세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인도 "양도세 중과 이후 전세 매물이 늘었다"며 "올 초에 비해서 25평대 전셋값도 5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월세 비중이 줄어들 경우다. 일각에선 월세가 계속해서 줄어들 경우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수요자가 알맞은 월세 매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한다. 거기다 전세물량이 늘어 전세가격이 하락하겠지만, 자칫 전세 매물이 매매되지 않을 경우 역전세난으로 깡통전세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월세 비중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임대인들이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월세보다 전세자금을 은행에 넣어 이자를 불리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4%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이는 임대인의 기대수익률도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월세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월세 임대수익률이 5%이고 시중금리가 2%인 상황에서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