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글세'라는 말은 '서러움'으로 읽혔다. 보통의 가장들이 평생 집 한 채 장만하겠다는 꿈을 갖고 일하지만 내 집을 갖기까지 전세든 월세든 사글세든 남의 집 살이는 팍팍한 삶의 공간일테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사글세'라는 어휘는 희미해져 가고 대신 그 자리에 '월세'가 들어앉았다. 대학가 주변의 자취생 구함 광고지만 봐도 '사글세'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사글세는 몇 개월치 목돈을 내고 매월 월세를 공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임차형태를 의미하고, 월세는 일정부분을 보증금으로 납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매달 같은 금액을 추가로 내는 방식을 뜻한다. 다만 다달이 집세를 낸다는 의미에서 국어사전은 '월세'와 '사글세'를 같은 말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사글세란 단어가 사라진 데는 월세보다 조금 더 부정적인 색채가 짙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월세든 사글세든 서민들의 팍팍한 삶이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월세를 사는 청년과 노인 절반이 한 달에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이들의 월세 주거비 부담은 35% 수준에 달한다. 100만원도 못버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를 집세에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인과 청년층 인구가 밀접해있는 서울로 좁혀보면 주거환경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서울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7.1%로 인천시와 경기도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주거취약계층들이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비롯한 열악한 주거시설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점을 인식해 정부도 공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서민주거복지는 물론 공공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총괄하는 주거복지기획국을 신설해 주거복지에 앞장서겠다는 뜻일 테다.
다만 발표에 앞서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정책을 짜길 바란다.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는 세대통합적이고 세대친화적인 주택정책수단 개발이 선행돼야 고령층과 청년층의 주거욕구를 반영한 주택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은 노인계층에 비해 복지정책은 물론 주택정책에서도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배려했으면 좋겠다. 사글세살이나 월세살이가 더 이상 주거취약계층에게 서글픈 단어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