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일 삼성생명에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결국은 국회와 업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입법인 고시 개정을 통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지만 최근 금융위의 행보는 보험업법 개정과 삼성생명의 자발적 자산 정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1062만2814주)의 시가는 약 27조원으로, 지난해 말 삼성생명 총자산(258조원)의 10%를 넘는다. 보험업법상 금융사가 소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채권의 한도는 총자산의 3%인데, 그 소유금액기준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삼성생명 자산에서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커지더라도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 취득원가가 6000억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보험업법을 두고 수차례 ‘삼성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권에서 주식·채권 소유금액을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업권은 보험업뿐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시가로 총자산의 3%를 넘는 계열사 주식을 소유한 곳은 삼성생명뿐이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주식·채권의 소유금액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고,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방향의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반면 금융위의 분위기는 비교적 잠잠하다. 주식·채권의 소유금액기준은 고시(보험업감독규정)만 개정해도 변경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법률 개정이라는 정치적 해결에 기대는 분위기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유예기간 등 완충장치를 두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해결이 최선이라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시 개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법으로 풀자는 게 기본 입장인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게 오히려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행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곱지 않다. 고시는 금융위원장의 의지만으로 개정 가능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근 삼성생명을 겨냥했던 최종구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들도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회 정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법률로 해결하라는 건 책임 떠넘기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보험업감독규정을 고치는 주체는 금융위원장인데 규정은 법으로 하고 그 전엔 금융사들이 알아서 해결하라, 이건 무책임을 넘어 유체이탈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현안 및 금융혁신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