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중국 출장길에 오르며 판매량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사드 여파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올 1분기 들어서도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3월 판매량도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온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018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된 중국 전용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와 천홍량 베이징현대 동사장(왼쪽부터), 서화의 북기그룹 동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설영흥 현대자동차그룹 중국사업 담당 고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1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중국 신국제전람중심에서 개막한 '2018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장을 찾았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경쟁사들의 전시 부스도 살피는 등 시장 흐름을 챙겼다. 그는 앞서 지난달 10일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현대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엔씨노(한국명 코나)’ 출시행사에도 참석했다. 4월에만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중국시장의 중요성과 함께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보다 앞선 2월 초에는 '엔씨노'를 생산하는 충칭 베이징현대 제5공장 생산라인과 선전시를 들렀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중국시장을 직접 챙기는 이유는 지난해 사드 여파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판매는 2016년 114만대에서 2017년 78만대로 약 32% 급감했다. 북미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최대 전략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의 부진은 글로벌 전체 실적으로 이어진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지난해 말 이후 사드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 회복 조짐이 보이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3월에는 중국 판매량이 9만7555대로 지난해 3월보다 35.4% 늘었다. 현대차는 6만7007대, 기아차는 3만548대를 팔아 각각 19.5%, 90.8% 판매량이 신장했다.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1월 9만162대, 2월 3만5595대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1%, 40.8% 감소하며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위상도 크게 약화됐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중국시장 10위권 밖으로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중국시장 내 현대차 판매 순위는 ▲2015년 5위▲2016년 6위 ▲2017년 9위였다. 현대차의 공백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토종업체들로 채워졌다. 지리자동차(5위)를 비롯해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토종업체들이 나란히 10위권에 포진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대륙 공략에 매진해 실적 회복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신차 투입을 통한 판매량 증대에 적극 나선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SUV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착안, SUV 위주로 신차 라인업을 구성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10일 '엔씨노'를 출시한 데 이어 일주일 뒤에는 기아차도 중국 전략형 SUV '신형 스포티지'를 선보였다. 베이징모터쇼에서는 현대차가 중국 전용 스포티 세단인 '라페스트'를, 기아차가 중국 전용 도심형 엔트리 SUV인 '이파오'를 꺼내들었다. 두 차량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사드 사태 이후 많은 준비를 해왔고 금년에 신차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연구소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중국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