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국에서 정맞고 눈돌린 동남아 시장이 금싸라기 땅이다. 위기를 기회로 돌리고자 유통업계가 눈을 얇게 뜨고 동남쪽을 바라본다.
롯데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시에 매장을 늘릴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 매각 작업과 맞물려 시장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에서다. 특히 베트남 시장은 롯데에 무르익었다. 롯데가 2008년말부터 진출해 영향력을 키워온 터다. 지난해 롯데쇼핑 베트남 법인은 여전히 적자였지만 매년 손익분기점까지 거리를 좁혀왔다.
롯데 관계자는 2일 “유통업체는 해외 진출 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굳혀 시장 입지를 닦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이제 이익을 볼 시점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사드 이슈로 중국사업 타격이 큰 롯데가 기댈 곳을 찾는다면 동남아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동남아 진출에 가장 앞서 있다. 베트남에 이미 13개 할인점을 운영 중이다. 현지 진출한 국내 할인점은 롯데를 제외하면 이마트 1개뿐이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시장에도 폭넓게 진출해 있다. 동남아 시장이 급성장하는데 힘입어 선점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롯데쇼핑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흑자를 냈다. 현지 기업 인수 등 빠른 현지화 전략이 통한 사례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황 쭝 하이 베트남 부총리(왼쪽)를 만난 모습. 사진/롯데
다른 기업들도 대세를 따른다. 역시 중국 진출 후 쓴맛을 봤던 이마트가 베트남을 새로 정조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베트남에 3년간 5500억원을 투자해 이마트 점포 5~6개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정 부회장이 드라이브를 거는 동력은 롯데가 부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이후 공격투자보다 유지·보수 쪽으로 기우는 처지다. 아무래도 "추가 출점 등 해외투자 결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현재가 동남아 진출에 절호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주춤한 한류도 동남아에선 꽃피우고 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K뷰티 등 한류를 상품시장에 연결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일례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에서는 한류열풍이 1020세대를 넘어 3050세대로 번졌다. 박항서 축구 감독, 박충건 사격 감독 등 한국 스포츠맨들 활약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구원은 "경제 활동 주축으로 구매력을 가진 3050세대에게 한류가 확산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인도네시아도 유망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초화장품 수입 규모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7위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수출액이 88%가량 증가하며 나타난 호조다. 브랜드 순위로는 아모레퍼시픽이 19위, LG생활건강이 28위로 로컬브랜드에 다소 밀린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스킨케어 분야에서 설화수(아모레퍼시픽)가 점유율 10.2%를 차지하는 등 K뷰티 이미지 효과가 부각된다.
정부 신남방정책과 더불어 이같은 동남아 진출 기회는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동남아 진출 지원을 위해 해외 사무소 설치 및 운영 계획, 글로벌 전문 인력 양성 계획, 해외시장 판로 개척 지원 계획 등을 세웠다. 관련 예산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