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남북정상회담과 한진 총수 일가 사태 등으로 잠잠해진 듯하다. 그러나 또 다른 금융 피해자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형사적 처벌 가능성은 계속 검토돼야 한다. 형사로는 삼성증권 사측과 직원 16명의 고의성 있는 불법 행위를 입증해야겠고, 민사로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일부 로펌들은 삼성증권 사태 직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중견로펌은 카페와 블로그 등을 개설해놓고 손해배상소송에 참여할 피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열심이다.
로펌들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에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소송 필요성을 느낀 피해자 개개인이 모여 인터넷상에 카페를 열고 사건을 대리할 변호사를 찾으러 나섰다. 지금처럼 변호사가 기본적인 준비를 해놓고 '소송을 할 테니 모여라'고 하는 모습은 대규모 소송의 신풍속도다.
최근 삼성증권이 보상하겠다는 피해자 범위가 특정되면서 피해보상 대상에 들지 못한 투자자들의 소송 의사가 명확해졌다. 동시에 로펌이 꾸린 해당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다. 로펌 측은 피해자가 작성해야 할 소송위임장 및 계약서 파일을 첨부해 올려놓는가 하면 피해에 따른 소송금액도 제시했다.
이런 종류의 대규모 소송이 활성화 된 지 오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들이 있다. 앞선 소송 사례들을 봤을 때 다수의 원고인단으로 구성되는 손해배상소송은 재판 시작 당시에는 사건과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모두 유명세를 타지만 선고까지 그 효과가 지속되진 않는다.
얼마 전 다수로 구성된 원고인단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피고측 변호사들이 소송대리 위임이 불분명한 원고를 지적한 사례도 있다. 피해자들이 원고 측 대리인에게 사건을 위임한 사실 자체에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로펌이나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는 변호사들은 이런 문제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 재판 준비 과정만큼이나 재판 이후 ‘사후 관리’에도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
피해자들도 자신이 원고로 있는 재판 진행 과정을 매섭게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공익소송의 또 한 형태로 일컬어지는 대규모 소송을 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다. 이번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소송을 치르는 로펌과 원고들의 바람직한 자세를 발견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어떤 과정에서든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된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