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아동에게 찌꺼기의 방언인 '찌끄레기'란 말로 모욕했더라도 이를 정서적 학대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등 4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김씨와 서모씨, 임모씨는 지난 2016년 8월 당시 2세인 A군에게 '찌끄레기'라고 부르는 등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원장인 신모씨는 이들의 아동학대를 방지하도록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김씨 등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찌끄레기’란 표현은 '찌꺼기'의 방언으로 어떤 사람을 지칭할 경우 그 사람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표현인 점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김씨 등의 이와 같은 표현들이 A군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했다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란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군은 이 사건 당시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 2세(생후 29개월)의 영유아로서 '찌끄레기'란 말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도 잘 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검사는 A군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관해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 등이 A군이나 아동들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게 된 경위나 목소리 높낮이 등에 비춰 보면 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정서적인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당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단 근거가 된 경위 사실인정을 뒤집거나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납득할 수 있는 증거 또는 원심이 지적한 입증 부족 사항을 보완할 증거가 새로이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