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차 노사가 올해 본격적인 교섭에 착수했다. 사측은 어려운 경영여건을 감안해 노조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반면 노조는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가운데 노조가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올해 교섭은 그 어느 때보다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9일 오후 1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2차 교섭을 가졌다. 사측에서 경영설명회를 한 후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노사는 앞서 지난 3일에는 상견례만 했다. 본격적인 첫 만남에서도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올해 혹독한 교섭을 예고했다. 지난해도 해를 넘겨 올해 1월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11만6276만원(5.3%) 인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합의했던 인상폭(기본급 5만8000원)보다 두 배나 높다. 그외에도 성과급은 순이익의 30%, 전 직군 실노동시간 단축, 해고자 원직 복직 및 고소·고발과 손배 가압류 철회, 조건 없는 정년 60세 적용 등도 요구했다.
사측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감소한 6813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노조 조합원이 5만1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노조 주장대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1인당 2700만원 규모(지난해 순이익 기준)에 달한다. 조건 없는 정년 60세 적용에도 사측은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했지만 타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점도 교섭에 걸림돌로 작용한 공산이 크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9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방침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지난달 26일 직원들에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는 문자를 발송한 지 하루 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면서 "사측은 매번 경영설명회 자리에서 상황이 어렵다고 항변했지만 주주와 경영권 세습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측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중국 시장에서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내수와 해외 시장 모두 변수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지난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던 만큼 원만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