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들어섰다. 골디락스는 경기 변동이 크게 없으면서 만족스러운 수준의 성장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구축을 위한 서버용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지속된 결과다.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3분기 이후 분기 매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 중이며, 월간으로는 20개월째 상승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10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반도체 매출액은 1111억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 탓에 직전 분기 대비로는 2.5%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월 단위로는 지난 3월까지 2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성장했다. 3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370억2000만달러로 2017년 3월과 비교하면 20% 증가했다. 2월 매출은 36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1%, 1월에는 376억달러로 22.7% 증가했다. 상승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1분기가 전자업계의 전통적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호황을 지속 중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존 뉴퍼 SIA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반도체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매출을 초과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지역별로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특히 메모리반도체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다. D램 가격은 지난 2016년 6월30일 이후 단 한차례도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 1.31달러였던 D램 가격은 3월말 190%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과 달리 3월말 기준 5.6달러로 지난해 10월 말 이후 보합세를 유지했다.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미세화 속도가 더뎌지며 공급이 크게 늘지 못하는 점도 이유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따라 올해 전세계 반도체 연간 매출이 지난해 기록을 넘을지도 관심인 상황이다.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4122억달러로 전년보다 21.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우선 지속된 D램 가격 상승이 올해 호황을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DDR4 4Gb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3.94달러로 전월보다 3.41% 올랐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128Gb의 고정거래가격은 5.6달러를 지속했다. 연간으로도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D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5%, 낸드플래시는 19% 수준의 증가를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선도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공정 난도 상승으로 과거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캐파(생산능력) 확대로 바로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공급 증가는 더딘 반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DC 구축을 위한 서버용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투자 증가로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기술 난도 증가로 빗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출하 증가율)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부족 현상이 일부 완화되겠지만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