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콜센터를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이 세 번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등을, 12일 경기 용인시 경원지사, 부산 수영구 남부지사 2곳과 관계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달 18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지하 1층 창고와 부산 해운대센터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를 대리해 노조와 단체협상을 진행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관련 내용을 사용자 측과 공유한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노사대책본부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으로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최모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 대한 영장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부장판사는 "횡령 등 일부 피의사실에 관해서는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으나, 다른 범죄 혐의는 소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개시 이후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이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최 전무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종합상황실장으로서 지난 2013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사의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 실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노조 활동 파업은 곧 실직'이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하고, 그 대가로 폐업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불법으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0일 최 전무 등 4명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허 부장판사는 윤모 삼성전자서비스 상무, 노무사 박모씨, 전 동래센터장 함모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상무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종합상황실 실무책임자로서 2013년 7월부터 2015년 말까지 '그린화' 작업을 추진하고, 3곳의 협력사를 기획 폐업한 혐의다. 이와 함께 2013년 6월 노조를 창설하려는 '문제 인물'을 협력사에서 배제하기 위해 기획 폐업하면서 폐업사 사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대가로 지급하고, 별도로 관리해 재취업을 방해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박씨는 노조 파괴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창조컨설팅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력자로서 기획 폐업 실무를 직접 추진하고, 노조 가입 여부에 따른 각종 차별 조처 실행 등 불법 공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씨는 2013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기획 폐업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해 폐업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30일에도 윤 상무와 전 해운대센터 대표 유모씨, 양산센터 대표 도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지하 창고에 지역 서비스센터 관리 현황·각종 인사자료를 보관해둔 정황을 포착해 다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18일 오전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