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 어떻게 노조 지지 얻었나

풍파 겪는 전문경영인 기업들…KT&G는 노조가 나서 경영권 비호

입력 : 2018-05-17 오후 4:55:1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KT&G 노사가 합심해 사장직을 수성하고 나서 이목을 끈다. 포스코나 KT 등 다른 '주인 없는' 기업이 나란히 홍역을 치르는 중에 노조가 현 사장을 편드는 곳은 KT&G만이다. 백복인 사장은 연임에 성공해 큰 산을 넘었지만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감원 판단이 남아 온전한 안정권은 아니다. 그 속에 정부가 사장 인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백 사장으로서는 입지가 더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복인 KT&G 사장 연임안을 다룬 주총 당시 노조는 백 사장 편을 들었다. 사진은 백 사장(가운데)이 과거 메세나대상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백 사장 선임안으로 주총 분쟁이 생겼을 때 KT&G 노조는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 지분 51.8% 소유주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백 사장 반대는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 조치"라며 경영권 비호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사장 선임 관련 기재부 대응 문건 의혹이 제기되면서 노조는 한층 방어선을 굳힐 듯 보인다.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로서는 일견 부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자연히 KT&G 노사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비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5년 백 사장 취임 후 노사는 특별한 분규가 없었다. 적정한 직원 보상이 비결일 수 있지만 취임 직후 임금 동결과 일자리 나눔에 노사가 합심한 사례를 보면 보상 이상의 요소가 있다.
 
물론 첫째는 실적이다. KT&G 역시 과거 경영난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노사 갈등이 없지 않았다. 구조조정 불안을 없애고 분규가 없으려면 당연히 실적이 좋아야 한다. 백 사장 선임안이 통과된 배경도 핵심은 호실적이었다. 때론 업황에 기반을 둔 호실적도 있지만 백 사장의 경우 경영능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KT&G 공채 출신 첫 CEO로 26년간 회사에 근무한 업종 전문성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워라벨'에 대한 내부 평가도 나쁘지 않다. 백 사장은 취임 후 상상실현위원회를 구축했다. 기업문화를 진단해 혁신하고 조직 내외 소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를 통해 임직원 애로를 수렴한 회사는 사내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1년→2년)하며 근로시간을 탄력 조정하는 등 업무환경을 개선시켰다. 일례로 출산휴가 이후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육아휴직 전환되며 남성 육아휴직도 수월한 등 다니기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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