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지난 1일 오후 3시30분. 백령도 용기포신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직선거리로 9km,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를 찾았다. 본관 1층에서 왼쪽으로 눈을 돌려 바라본 곳에는 서해 너머로 북한 황해도 땅이 어렴풋이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 대기질' 앱으로 확인한 미세먼지 농도(PM2.5기준)는 13㎍/㎥, '좋음' 단계를 나타냈지만 해무가 짙어 아쉽게도 북한 땅이라는 윤곽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에서 바라 본 북한 황해도. 사진/신지하기자
백령도 측정소 1층에는 특별한 소음 없이 조용한 연구원들의 근무 공간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 2층 연구실에 들어서니 미세먼지 농도와 성분 등을 측정하는 각종 설비들이 '투두두둥' 하는 굉음을 내뿜고 있었다. 평소보다는 목소리를 더 높여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한쪽 벽면에 걸린 모니터에는 백령도의 유해 대기오염물질 현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여기에는 미세먼지 농도를 파악하는 '입자상' 항목과 함께 '이온', '탄소', '중금속' 등 대기 중의 입자 성분 농도 변화가 시간대 별로 그래프와 수치로 표현됐다. 하늘색 가운 차림의 한 연구원은 분석한 수치를 일일점검일지에 기록하고 있었고 또 다른 연구원은 측정 장비를 모니터링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백령도 측정소 유해 대기오염물질 측정 현황 모니터. 사진/신지하기자
장비와 기계에는 저마다 측정원리와 특징이 정리된 A4 용지 크기의 설명서가 붙어 있었다. 특히 몇몇 설비에는 '가까이 다가오지 마십시오'라는 내용의 주의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이날 기자는 자칫 특정 시간대의 측정 데이터를 '날려버릴' 뻔했다. 해당 문구가 붙은 기계와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 채 연구원을 따라다니다가 함께 있던 한 기자의 주의를 받아 다행히 큰 실수를 피했다. 이들 장비는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데다 일반 장비보다 외부 충격에 민감한 부품들로 구성돼 작은 부주의만으로도 데이터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장비들이 워낙 민감하다보니 고장이나 보수 등으로 측정이 이뤄지지 않는 비율인 결측률을 낮추는 일도 백령도 측정소 근무자들의 주요 임무다. 이민도 백령도 측정소 소장은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밤새 (장비들이) 별일 없었는지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계들은 자동으로 놔둬서 유지될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며 "쉽게 말해 아주 예민해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고장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항목별로 결측된 비율을 보면 장비별로 연간 한 2~20% 정도의 결측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결측률을 최소화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 2층 연구실 내부. 사진/신지하 기자
연구실 안쪽으로는 흔히 '베타레이' 또는 '밤'이라고 불리는 미세먼지 PM10(지름 10㎛), PM2.5(지름 2.5㎛) 측정 장비가 있었다. 특히 이들 장비 위쪽으로 동그랗고 기다란 관이 천장까지 솟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 관은 3층 옥상에 마련된 시료포집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대기를 흡수한 후 싸이클론, 임팩터 등 또 다른 장비를 거쳐야 농도 분석에 필요한 특정 크기의 미세먼지가 장비에 모아진다.
최진수 백령도 측정소 환경연구사는 "PM10이랑 PM2.5 측정 장비는 베타선이 투과되는 정도를 가지고 측정하는 방식으로 보통 베타레이 또는 밤이라고 부른다"며 "옥상에서 수집한 공기를 측정 기기에 필요한 직경의 미세먼지만 빨아들여 농도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3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미세먼지 PM1.0(지름 1.0㎛)을 연구하는 장비도 있었다. 최 환경연구사는 "PM1.0은 국내에서 백령도 측정소 외에 수집하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학교라든지 학회에서도 연구목적으로 미세먼지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아마 PM1.0까지 수집하는 곳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PM1.0 연구는 아직까지 검증이 부정확하고 세계적으로도 이를 연구하는 사이트가 구축돼 있지 않아 실제 데이터를 공개하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완공된 지 10년된 백령도 측정소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해 미세먼지 관측의 전초기지로 꼽힌다. 한국에서 처음 구축된 대기오염측정소이기도 하다. 지상 2층(662㎡) 규모로 건립됐으며 정규직 7명 등 총 9명이 상주해 24시간 내내 미세먼지 농도와 성분 등을 측정·분석하고 있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은 백령도 측정소를 포함해 전국 권역별로 6곳을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경기권과 충정권을 추가해 총 8곳의 측정소가 운영될 전망이다.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 사진/국립환경과학원
백령도=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