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산 폐렴구균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제품 출시를 가로막는 특허장벽에 개발사들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SK케미칼과 LG화학이 자체개발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프리베나13'이 보유한 특허로 인해 제품 상용화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LG화학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렴구균 '씨알엠(CRM197) 단백 접합백신(LBVE01, LBVE02)'에 대한 추가 임상 1상시험 승인을 얻어냈다. 해당 임상은 프리베나13과의 비교임상으로 진행된다.
국내 기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보유한 폐렴구균백신은 대상포진, 자궁경부암과 더불어 대표적인 프리미엄 백신으로 꼽힌다. 최근 SK케미칼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가 시장에 안착하며 국산 프리미엄백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속도가 붙고 있는 폐렴구균백신 역시 국산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시장 국산화의 길은 다소 험난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프리미엄백신 개발 환경에 시장 1위 점유율을 기록 중인 프리베나13이 보유한 조성물특허 등의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적 합성물인 일반의약품과 달리 바이러스를 활용해 면역력을 높이는 단백접합 백신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단백질에 접합시키느냐에 따라 특허방식(조성물특허)가 결정된다. 유일하게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효능을 입증한 프리베나13은 해당 분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시장에 출시된 프리베나13의 조성물특허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유효한 상태다.
일찌감치 국산 최초의 폐렴구균백신 '스카이뉴모' 개발을 마친 SK케미칼이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케미칼은 화이자와 프리베나13의 조성물특허 무효화 소송을 약 6년째 진행 중이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하며 현재 3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까지 국내 폐렴구균백신 시장에 출시된 국산 제품은 없는 상태다.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프리베나13이, 나머지를 GSK '신플로릭스'가 장악 중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별도의 신약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를 조합하는 조성물특허가 가장 중요한 특허로 꼽힌다”며 “SK케미칼과 화이자의 특허소송 최종결과에 따라 폐렴구균백신 국산화 시점이 크게 당겨지거나 미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