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박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선고에 즉각 반발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형식 논리에 치우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판결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후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 있던 지휘관과 살수요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반면, 총괄 진압책임자인 구 전 청장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다. 구 전 청장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지 않았기 때문에 살수의 구체적 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웠고, 시위 이전에 현장 지휘관들에게 안전관련 주의사항을 촉구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이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건 당일 구 전 청장은 상황지휘센터에서 CCTV, 유?무선 보고를 통해 시휘 현장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서, 현장 지휘관에게 무전기로 ‘쏴, 쏴’하면서 백남기 농민 등 시위대를 향한 살수를 적극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또 “상황지휘센터 내에 구 전 청장 자리 맞은 편 벽면에는 120인치 2대와 84인치 2대의 대형 모니터 총 4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구 전 청장 역시 사건 당시 CCTV를 줌업해 사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던 점, 구 전 청장 자리 바로 앞에 26인치 TV 2대가 설치돼 있어 대형모니터의 장면을 그 TV를 통해 보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구 전 청장은 충분히 모니터를 통해 시위 현장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건 당시에는 야간이고 비도 오고 있었고, 시위가 점차 격렬해져 사고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었으나,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에게 안전 관련 주의사항을 촉구하지 않고 오히려 현장 지휘관에게 무전으로 백남기 농민 등 시위대를 향해 ‘파바 농도를 높여 살수 하라’고 수차례에 걸쳐 직접 지시만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론적으로 구 전 청장은 상황지휘센터에서 시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현장지휘관에게 무전으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살수를 지시 독려한 구체적 과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면서 “그런데도 구 전 청장이 시위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현장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구 전 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하고, 현장 지휘관이었던 신윤균 전 제4기동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 살수요원이었던 한모씨와 최모씨에게는 각각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700만원씩을 선고했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