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일가 개인 소유 부동산이나 그룹 내부 임대사업 등에 대한 규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유세 개편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수렴돼 재벌 고가 부동산에 대한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재벌그룹 기업형 임대사업은 계열사 임대료 수취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리스크가 높아졌다.
정부는 이달 내 여러 공청회 등을 거쳐 보유세 개편 초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개편은 세율 인상보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합당한 시세반영을 통해 공평과세를 구현하는 취지가 설득력을 얻으면서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보유세 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사진은 정해구(오른쪽)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
정부는 또한 재벌개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소유지배구조와 일감몰아주기 행태 교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 중 하나는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로써 지배주주일가 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법 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몰아주기 및 지주회사행위제한 규제 강화 법안과 보조를 맞춘다.
보유세 개편안의 경우 시세반영 현실화 차원에서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재벌 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실련이 지난 4월30일 발표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서울시 내 100억 이상 단독주택을 조사한 결과, 모두 21채로 전현직 재벌대기업 회장, 그 가족 또는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21채는 시세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평균 55.9%로 나타나 보유세 개편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례로 연초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바로는 최고가액이 이명희 신세계 회장 주택 169억원이었다. 그런데 경실련이 실거래가를 기반해 추정한 해당 주택 시세는 325억원이었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52%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그간 재벌 소유 주택 공시가격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보유세뿐만 아니라 상속세, 증여세 등 특혜를 누려 부의 대물림이 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보유세 인상에 앞서 공시가격 불평등 해소부터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벌집단 지배기업 소유구조 측면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수익구조 조사를 진행해 법제 개편에 나서는 등 압박 중이다. 국회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연결기준 내부거래, 총수일가 간접 지배회사 등으로 넓히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일례로 A그룹의 경우 지배구조 최상단 지배기업의 종속기업 B자체는 총수일가 지분이 없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엔 포함되지 않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법망에 걸릴 수 있다. B기업은 주로 임대사업을 하는데 계열사로부터 받는 임대료 수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1분기 내부거래는 당기 매출에서 절반을 넘었다. 이런 사업형태로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 배당 등 지배주주 일가에 간접 전달됐을 뿐만 아니라 지배기업 연결실적에서 매출부터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