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석증 환자, 남성보다 2.5배 많아

칼슘대사 관련 있어 폐경기 여성 취약…빈혈·감기로 착각하기 쉬워

입력 : 2018-06-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51세 여성 A씨는 오전 내내 어지럼증으로 고생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빈혈로 생각했지만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어지럼증이 심하고 며칠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구토와 구역질까지 시작되면서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침내 병원을 찾았지만 수술도 필요 없는 이석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귓 속의 돌 '이석'은 일종의 칼슘 부스러기다. 정상적으로는 전정기관 중 난형낭이라고 하는 곳에 존재한다. 난형낭에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떨어져 나와 몸의 회전을 느끼는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를 이석증이라고 한다.
 
이석증은 결석이 발생한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후반고리관, 상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이석증으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후반고리관 이석증이 가장 흔하다. 증상으로는 1분 미만의 시간 동안 짧은 회전성 어지럼증이 몸의 자세 변화에 따라 나타난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곧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며 많은 환자에게서 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된다.
 
이석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폐경기의 여성은 이석증에 더욱 취약하다. 지난해 이석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약 35만명 중 여성은 약 25만명으로 남성의 2.5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여성은 약 16만명으로 전체 여성환자의 3분의2를 차지했다.
 
변재용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여성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칼슘대사와 관련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남성보다 칼슘대사가 취약한 여성, 특히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칼슘대사장애가 생길 수 있어 이석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증은 비디오 안진검사로 진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환자를 다양한 자세로 눕혀놓은 후 눈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후반고리관 이석증은 몸을 한쪽으로 돌려 눕히는 자세를 취하면 눈이 위로 올라가며 심한 회전성 안진이 나타난다. 가반고리관 이석증은 몸을 돌리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릴 때 나타난다. 특히 수평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심한 수평형 안진이 나타나면 가반고리관 이석증을 진단할 수 있다.
 
이석증은 2주나 한 달 정도면 대부분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아 빈혈이나 감기로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거나 병원에서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따로 약을 복용하거나 수술까지 필요한 경우도 드물다. 다만, 급성기나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 약물치료와 이석 치환술을 통해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에 따라 빼내는 방법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 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시행된다.
 
이석증은 언제든지 이석이 다시 반고리관으로 나올 수 있어 재발가능성이 크다. 변 교수는 "외상과 노화, 스트레스, 만성피로, 면역력 저하 등 내 몸의 갑작스런 변화에도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면서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로를 관리하고 고개를 심하게 돌리거나 젖히는 동작을 삼가며, 심한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놀이공원 등의 장소는 피할 것"을 당부했다.
 
자가 치료 방법으로는 이석습성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가만히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천장을 보면서 한쪽으로 눕는다. 천장을 보면서 1분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나고 그 반대편을 보고 또 다시 천장을 보면서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30초에서 1분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이 방법을 아침 저녁으로 10회정도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석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폐경기 여성은 더욱 취약하다. 지난해 이석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약 35만명 중 여성은 약 25만명으로 남성의 2.5배에 달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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