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년을 맞이한 가운데, 지난 1년간 성과로 갑을관계 개혁과 재벌개혁 등을 꼽았다. 일관된 원칙을 갖고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관행 등에 대해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또 향후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고, 38년 만에 손질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돌잔치 하듯 취임 1주년 행사하기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취임 후 지난 1년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년 동안 무엇보다 역점을 둔 과제로 우선 갑을관계 개혁을 꼽았다. 가맹, 유통, 하도급, 대리점 분야별로 순차적인 대책을 마련했고 이를 차질없이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하도급분야의 전속거래 강요와 경영정보 요구 금지, 가맹분야 필수품목 정보 공개 확대의 다수 입법을 완료하는 등 제도개선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재벌개혁 역시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 위원장의 지난 1년간 행보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성과다. 실제 롯데, 대림 등 15개 기업집단이 소유구조·내부거래·지배구조 개편안 발표와 추진 등을 통해 순환출자를 자발적으로 해소했고, 그 결과 공시대상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 수는 지난해 282개에서 올해 4월 기준 41개로 대폭 줄었다.
김 위원장은 "일관된 원칙을 갖고 기업집단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했으며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등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꼽았다. 그는 "개선된 제도들이 시장관행과 거래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고, 추가적 제도보완과 엄정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취임 후 나름대로 을의 눈물을 속시원히 닦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민원 접수가 대폭 증가하기도 했지만 개별 민원인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김 위원장은 향후 정책방향으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했다. 그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거래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이러한 관행이 더 이상 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달라"며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정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21세기 경쟁법 현대화'라는 큰 목표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도 속도를 낼 뜻을 밝혔다. 공정위는 특별위원회의 논의결과 등을 토대로 정부 입법 프로세스를 진행해 전면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 신고사건 처리방식도 개편하는 가운데, 기존의 개별 신고 건에 대한 단편적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성과와 향후 정책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