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현장 항공교통 관제사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로 업무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연중 24시간 운영되는 공항 특성상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야간 근무는 최근의 항공교통량 증가 추세와 맞물려 이들의 수면 부족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관제시설의 1인당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89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가 48개 중앙 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근무시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밝혀진 현업직의 70.4시간보다 20시간 가량 많은 수준이다. 관제사로 뽑는 인원도 최근 늘어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5년 전인 2013년에는 신규 채용이 없었으며 2014년 20명, 2015년 66명, 2016년 36명, 2017년 24명, 2018년 34명 등에 그쳤다.
현장 관제직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위해 레이더 스캐닝, 항공기 포착, 항공기 식별, 컴퓨터 조작, 조종사와의 대화, 타 기관과의 업무협조 등 복잡한 관제업무를 수행한다. 고도의 주의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데다 대형사고 위험도 이들에겐 큰 부담이다. 근무형태는 현재 인천·김포·제주 등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은 기본적으로 1일 2교대(주·야간)로 돌아간다. 반면 여수·울산 등 24시간 체제가 아닌 공항은 3교대 등 다른 형태의 근무교대 방식으로 운영된다.
15년 경력의 한 관제사는 "비행기 한 대를 관제할 때 한 사람이 아닌 3~4명 정도가 달라붙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근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야근이 잦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도가 높은 관제의 경우 1시간 범위 내에서 다른 근무자와 교대를 해 주기 때문에 휴식시간도 불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관에서 근무 중인 경력 8년차 관제사는 3~4년 전부터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누워서 잠드는 데 한 2~3시간이 걸린다"며 "어렵게 잠이 들어도 중간에 수차례 깨고는 해 요즘에는 수면제 복용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할 관제시설에서 10년째 현장 관제업무를 담당하는 관제사도 "주변 선배들도 그렇고 수면장애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관제 업무는 자칫 실수라도 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2시간 일할 경우 1시간의 휴식시간이 보장된다"면서도 "완전한 휴식이라기보다는 언제든 근무에 다시 투입될 수 있는 스탠바이 상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판례와 행정해석 등을 들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이 보장된 시간에 대해 휴게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용자로부터 언제든 지시 요구가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를 적용한다면 '스탠바이 상태'가 잦은 관제사의 경우 휴식이 제대로 보장됐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관제사들이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은 인력 충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관제업무 전문가는 "예전부터 늘어나는 교통량에 비해 관제업무 종사자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건의를 꾸준히 해왔다"면서 "인력 증원이 결국 예산 투입의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민간기업처럼 수요 상황에 맞춰 채용 인원을 늘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박광순 한국항공교통관제사협회 사무국장도 "현재 관제시설에는 편제 인력이 꽉 차 있어 결원이 생길 경우 부족분에 대한 증원은 가능할지라도 현 상황에서 새로 충원을 갑자기 크게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