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시중은행이 영업점 통폐합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 은행은 근로시간 축소에 대비해 인근 영업점포를 통합하고 거점화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을 추진하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점포와 한 곳에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는 복합점포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무리한 인력 충원 대신 점포 통폐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사진/백아란기자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KEB하나·기업·씨티·부산·전북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오는 7월 도입될 주52시간 근로제도에 발맞춰 영업점포를 재정비하고 나섰다.
당장 내달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한 곳은
기업은행(024110)과 부산은행 두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늦어도 내년부터는 축소된 근로시간을 도입해야 하는 만큼, 비대면 금융과 오프라인 점포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점포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업무를 재정비하고 영업점포도 다변화하는 것이다.
KB금융(105560)지주는 지난 11일 국민은행 불당동지점과 KB증권 천안지점을 동시 이전해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신규 개설했다. 이번 복합점포 개설로 KB금융은 은행·증권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점포를 53개로 확대하게 됐다. 복합점포에서는 고객의 자산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투자 성향과 요구에 맞는 종합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올해 권역별 지방 대도시로 복합점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달 9일 경기도 용인의 구성역 지점과 동탄 숲속마을 출장소를 각각 구성점, 동탄지점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는 영업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근 점포 간 통합을 한다"며 "통합점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5월과 6월 두달 간 S20홍대입구점과 송강점을 각각 홍익대학교점, 대덕테크노밸리 금융센터점으로 통합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기업 신용평가 업무를 본점으로 이관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우리은행은 반야월지점을 대구혁신도시금융센터로 합치며 KEB하나은행은 지난 11일 청계4가지점과 종로 6가출장소를 종로5가지점으로 통합 운영 중이다. 부산은행은 내달 오륙도SK뷰 영업소와 롯데캐슬몰운대, 대연혁신, 신좌동영업소 등 4곳을 용호동지점, 몰운대지점, 장산지점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기존 영업소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뱅크로 전환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화상상담이나 일부 창구업무가 가능한 기기 또는 ATM등을 배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북은행은 내달 23일부터 서울 마포지점과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지점을 신도림, 노은지점으로 통합 운영한다.
무인점포와 비대면 금융 활성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디지털 VTM(Video Teller Machine) 점포를 구축할 방침이다. ‘디지털 VTM’은 고객 스스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브랜치로 기업은행은 오는 8월1일까지 VTM시범 사업과 관련한 입찰 제안서를 받고 본격적인 점포 개설에 나설 전망이다.
이밖에 한국씨티은행은 씨티모바일 뱅킹 앱이나 셀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본점 영업부와 전국 10개 지점에 ‘모바일 도우미’를 배치했다. 아울러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서교동지점을 창구 없는 영업점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도우미는 보다 편리하고 쉽게 씨티모바일 뱅킹 앱이나 셀프서비스로 상품정보 검색이나 신청을 할 수 있는 워크벤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법을 안내하는 것"이라며 "비대면 금융 활성화에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점포 통폐합은 스마트 폰이나 PC를 활용한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전략"이라며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 짧은 시간 안에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만큼 복합점포나 거점 점포를 통해 집중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전산이나 해외사업부, 여신심사부, 외국인 특화점포 등 일괄적으로 근무시간 도입이 어려운 직무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세세한 부분에 대해선 노동조합과 조율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