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문제, 시스템부터 정비하자)③민심 '봇물' 터졌는데…뒷짐 진 국회

입법 길 터줘야 근본대책 가능…개정안 4건 2년째 표류
통과된 개정안도 '난민위원 신분 보장' 고작…본질 벗어나

입력 : 2018-07-14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지난 2012년 제정돼 2013년 7월1일 공포된 한국 난민법은 아시아 최초의 독립적 난민법이었다. 현행법은 난민인정 신청과 심사, 난민위원회 운영, 난민인정자·인도적체류자에 대한 처우 등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난민법을 개정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역대 최대 참여인원인 63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현행법에 대한 불만을 반증한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보다 많다.
 
난민 문제를 본격적으로 떠안은 국회는 이번 20대 국회다. 난민 규제와 지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 2년 전 5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건은 1건 뿐이다. 그나마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논점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6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난민법 및 무사증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류 중인 개정안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명 ‘난민신청 남용 방지법’이다. 권 의원은 지난달 29일 난민심사 전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난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외국인의 난민신청 절차를 규정한 6조에 난민신청에 대한 심사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의 심사 요건을 추가했다. 공식 난민이 되려면 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권 의원 등은 ▲대한민국의 안전 및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인적사항 관련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거짓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해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취소됐는데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인정받으려는 경우 등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때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보호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사회질서를 해칠 목적, 경제적 목적, 국내체류의 방편 등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일을 근절하도록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며 “그래야 박해받는 난민들을 앞으로도 포용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편견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난민면접조사 및 이의신청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면접조사시 영상녹화 및 녹음이 가능하다고 사전에 고지하고, 조사단계에서 위법이 있을 경우 심사단계나 행정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하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을 지난 2016년 6월 대표발의했다.
 
홍의원은 또 개정안에서, 난민불인정결정을 할 때 사유서를 교부하면서 30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음을 통역 등을 통해 정확하게 전달하고, 난민법 부칙 개정을 통해 난민법 제정 이전의 난민 등도 난민법에서 규정하는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을 제안했다.
 
당시 법무부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한글과 영어를 병기하는 현행 방식으로도 난민신청자가 언어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적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변호인 조력권을 활용할 수 있다”며 “매년 50개국 이상 국가 출신자들이 난민인정 신청을 하고 있어 최고 20개 이상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예산 및 인력 부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개정안은 같은 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강화 및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온 이후 여태껏 잠자고 있다.
 
이미 지위가 인정된 난민의 처우 개선 위주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11월 같은 당 의원 17명과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무부가 5년마다 난민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부처에서 매년 난민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2016년 8월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에 한해 보장됐던 생존권 등을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10명의 의원들과 함께 발의했다. 현행법상 난민인정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고 기초생활 및 초등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체류 허가를 받아 취업활동은 허가된 이들을 말한다. 지난 2016년 4월말 935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기초생활보장 등 처우개선에는 예산이 수반되므로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난민인정자가 아닌 난민신청자에 준하는 처우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8000여명의 국민들이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입법예고에 등록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이후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는 것은 법무부에 난민위원회를 두자는 조항을 추가해 2016년 9월 발의한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의 의안이 전부다. 발의 두 달 만인 같은 해 12월 통과된 개정안은 법무부 난민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직무에 관한 벌칙 적용시 공무원으로 보도록 하는 내용으로, 현재의 난민문제 해결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국회의 난민 문제에 대한 태도가 민심과 겉돌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화두이니 만큼 연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절차상 진행의 문제는 국내 문제나 정치상황 등 현실적인 이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난민법 개정안 4건이 계류 중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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