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부실공사 주택 건설업체 등에 대한 선분양 제한 강화 입법이 예고된 이후 과잉규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실시공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고 판정이 쉽지 않아 분쟁 소지가 많다는 지적에서다. 전문가는 부실시공 문제를 감리제도와 품질보증제도 강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 4일 정부는 부실 공사를 한 주택건설업체 등에 대한 선분양 제한 강화 및 감리비 사전 예치제도 도입 등을 담은 개정 주택법 시행차 하위 법규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및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5일부터 내달 16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했다.
기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선분양 제한 대상은 주택법상 영업정지를 받은 사업주체(시행사)로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주택법 개정(3월13일)으로 실제시공을 담당하는 시공사까지 확대된다.
한 아파트 분양 견본주택에 몰린 사람들. 사진/뉴시스
판단 기준도 주택법상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상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까지로 확대된다.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을 받은 경우도 포함되며 해당 법상 벌점은 누계 평균 벌점이 1.0점 이상인 업체부터 선분양 제한을 적용받도록 세부 기준이 마련된다. 다만 건설산업기본법상 영업정지는 토목건축공사업 또는 건축공사업 지위에서 받은 처분으로 한정한다.
선분양이 제한되는 영업정지 사유도 주택법 시행령상 3개 사유에서 부실 시공과 관련된 23개 사유로 확대된다.
선분양 제한 정도는 영업정지 기간 및 누계 평균 벌점 정도에 따라 단계적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제한은 영업정지 기간과 상관없이 아파트 기준 전체 층수의 2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 완료 시점에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다는 단일 기준만 존재했다. 이번 주택법 개정으로 최소 ‘전체 동 지상층 기준 각 층수 중 3분의1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에서 최대 ‘사용검사 이후’까지로 세분화 된다. 따라서 영업정지 기간이 길거나 누계 평균 벌점이 높은 경우 선분양 제한 수준이 더욱 강화될 듯 보인다. 시행 시기는 개정 주택법에 따라 오는 9월14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는 시행사가 선분양이 제한된 건설사와 주택사업을 기피하게 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부실시공 시비가 잦고 법적 분쟁이 가려지는 잣대도 불분명한 시장 현실에서 자칫 사소한 분쟁이 시장 퇴출까지 이어질 과잉규제를 염려하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11일 동향브리핑 보고서를 통해 “공동주택 부실 시공 축소와 품질 제고를 통해 입주민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입주자 모집 시기를 제한하는 선분양 제한 제도 도입이 책임 시공에 매진하도록 하는 실질적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주택법 개정에도 영업정지 외 추가적 선분양에 의한 주택 공급을 제한받게 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제재 혹은 규제 과잉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며 “현행 법제상으로도 부실 시공 여부 판정이 쉽지 않은데 선분양 방식 제한 등 제재 추가로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판정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