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지속되면서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정의선 부회장이 러시아를, 정진행 사장은 인도로 가서 현지 시장 점검에 나섰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한·러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재개된 점도 감안된 것으로 해석된다.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정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현지 공장을 방문해 러시아 시장 상황과 생산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상황을 살핀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라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러시아 월드컵과 관련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오는 20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월드컵 기념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며, 대회 기간 중 러시아 현지 전략차종 쏠라리스를 비롯해 싼타페, 투싼 등 530대를 지원하면서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로 향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 경제위기로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글로벌 업체들이 떠났지만 현대차는 철수하지 않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6년 8월 러시아 현지 공장을 방문해 "기회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해서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면서 "시장이 회복했을 때를 대비해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품,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설립한 후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판매량은 2010년 8만7081대에서 2011년 17만3484대로 1년 만에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18만1153대로 정점을 찍은 뒤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내림세로 반전해 2015년 16만1201대, 2016년 14만5254대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15만7858대로 전년대비 9% 증가했다. 올해 1~6월 판매량은 8만7035대로 전년동기(7만588대)보다 23%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순위도 2011년 5위권에서 현재 3위로 상승하면서 르노, 토요타, 폭스바겐, 닛산,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미쓰비시, BMW 등 글로벌 업체보다도 앞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미국과 중국에서는 부진하지만 러시아 실적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지금까지 소형차 위주의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대형차 판매를 늘리는 등 고급화를 통한 수익성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러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말 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통해 한·러 FTA 협상이 재개된 점도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을 강조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업체들이 추격에 나서고 있다"면서 "한·러 FTA가 체결된다면 현대차의 러시아 공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현대차의 올해 국내외 판매량을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에서는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러시아 등 신흥국의 증가세로 만회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중국 수요도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는 등의 변수를 감안하면 현대차가 신흥국 시장에 보다 비중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인 만큼 이번 출장 기간 동안 월드컵 관련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오는 20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월드컵 기념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며, 대회 기간 중 러시아 현지 전략차종 쏠라리스를 비롯해 싼타페, 투싼 등 530대를 지원하면서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번 인도·싱가포르 경제사절단에는 정 사장이 참가했다. 현대차는 지난달말 북미와 유럽 외에 인도에도 권역 본부를 설치했다. 기존 인도법인을 인도권역본부로 확대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버금가는 13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 보급률이 1000명당 32대 수준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인도 경제가 매년 7%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인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인도 공장 출하량은 34만3000대로 전년 동기(31만7000)대보다 7.6%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 공장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기존 70만대에서 75만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도의 친환경차 정책을 반영해 내년 SUV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모델은 코나 EV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5년 276만대, 2016년 295만대, 2017년 321만대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메이커 외에 쌍용자동차 등도 인도 진출에 본격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