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교육부장관이 서울시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지정 취소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자사고 행정처분 직권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위법하고, 이를 취소한 교육부장관의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사전 동의’를 의미한다"면서 "이런 동의 없이 한 원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사고는 헌법 31조 6항에 따라 법률로 정하고 있는 학교교육제도에 관한 사항 중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 학교로, 그 제도의 운영은 국가의 교육정책과도 긴밀하게 관련되고 자사고의 지정 및 그 취소는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 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면서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는 국가의 교육정책과 해당 지역의 실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에 의해 지정이 취소된 자사고들은 자사고 평가에 관한 서울시교육청의 '2014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기본계획(안)'을 믿고 그에 따라 평가를 준비한 것이고, 그 기준에 따른 종전 평가에서 70점 이상으로 평가될 경우 자신들에 대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당하게 신뢰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종전 평가결과에 대한 교육감 결재만 남은 상황에서 신임 교육감이 취임하자, ‘자사고 운영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학교에 대해 지정을 취소함으로써 일반고 전성시대를 위반 기반 확보’를 평가의 목적으로 삼은 다음 평가기준을 수정하고, 수정된 평가기준에 따라 다시 평가를 시행했다"면서 "수정된 평가기준은 100점 만점으로 예정된 종전 평가기준의 평가항목별 배점과 기본 점수를 낮추고, 새로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배점 15점)’이라는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사실상 교육청의 재량평가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교육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뿐만 아니라, 국가의 교육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며 "해당 자사고들은 종전 평가기준이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변경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종전 평가기준과 그에 따른 종전 평가에 대한 자사고들의 신뢰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로서 공익과의 형량을 거쳐 보호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공교육의 정상화와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은 자사고 지정을 유지한 채로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데도 원고는 지정취소처분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침해되는 해당 자사고들의 사익, 즉 자사고 지정을 취소당한 학교들이 그 신뢰에 반해 자사고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은 원고의 지정취소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가 마련한 자사고 평가기준인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과 '14년 운영성과 평가 안내'를 토대로 2014년 4월 '14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자사고로 운영된 14개 학교 중 평가 점수가 70점 미만인 경우에는 교육부장관과 협의해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었다. 같은 해 4월부터 약 한달간 실시된 평가 결과 평가점수가 70점에 미달된 자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치러진 제6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 교육감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에 따라 자사고 평가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취임 후인 그해 8월 평가지표 조정, 새 평가항목 추가 등으로 새 평가지표를 만든 다음 각 자사고가 이미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수정 평가했다. 그 결과 6개 학교가 70점 미만을 받았고, 서울시교육청은 이 6개 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행정절차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조 교육감이 불응하자 지정취소 처분을 직권 취소했다. 이에 조 교육감이 소송을 냈다.
오세목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장을 비롯한 23개 자사고 교장들이 지난 6월21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