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도심이 퀴어 축제와 반대 집회로 갈라졌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각 행사 참여자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였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에 호기심을 보였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퍼레이드를 14일 오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주최했다. 주최 측 추산 8만여명의 행사 참여자들은 광장 무대 콘서트를 관람하거나, 부스에서 기념품을 샀다. 머리 짧은 여자끼리 허리에 손을 올리고 팔짱을 끼거나, 남자가 망사 상의를 입거나 장발 머리에다 분홍색으로 염색하는 등 이색 패션도 눈에 띄었다. 오후에는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이 무대로 나와 "성적 지향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며 "여러분을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퀴어 축제 반대 집회도 열렸다. 수천명이 근처에서 세를 과시하거나, 한 명씩 광장을 둘러싸면서 '탈동성애' 촉구 메시지를 들고 있는 식이었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참여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이성애 긍정, 동성애 부정 메시지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7000명의 참여자들은 동성애자 자체는 존중한다면서도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하는 한편 퀴어 축제에 등장하는 성인용품이나 노출이 음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3시쯤 이들은 대한문 앞 도로에서 시작해 숭례문에서 유턴해 종로 일대까지 행진했다. 서울광장에 이르자 이들은 "얘들아 돌아와라", "동성애는 사랑 아니다"라고 외쳤다. 개중에는 "동성애 사탄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4시30분쯤부터는 서울퀴어퍼레이드 참여자들이 행진을 시작했다. 을지로입구, 종각, 종로2가, 명동을 지나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는 경로였다.
차량 무대 위에는 페미니즘 단체 '페미당당' 활동가들과 댄싱퀴어(춤추는 성소수자)들이 노출을 한 채 춤을 추거나, 웨딩드레스를 입은 참여자들이 춤을 췄다.
서울퀴어퍼레이드 참여자들이 14일 오후 을지로입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올바른성문화청년연대 등 퀴어 반대 단체는 "(이성애로) 돌아오십시오"라고 외치거나, 역시 차량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회개를 요구했다.
행진 참여자들은 반대 집회에 대해 다양하게 반응했다.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등 일제히 큰 소리로 반대 메시지를 묻어버리는가 하면, 일부는 손가락으로 욕을 보내기도 했다. 개중에는 찬송가에 맞춰 춤을 추거나, "할렐루야"라는 구호를 따라하는 등 유머로 넘기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후 5시4분쯤에는 돌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노인이 난입해 차량 앞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떼어내던 도중에 경찰들이 사지를 떠메고 나갔다. 1분 뒤 다시 온 노인은 차량 밑에 자신의 물건이 떨어졌다며 시간을 끌어보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현장을 떠났다. 한 행진 참여자는 노인에게 부채를 부쳐줬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대부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행진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어댔다. 입을 벌리면서 무대를 뚫어져라 보는 행인, 격려의 손짓을 보내는 외국인들, 무대 위 사람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해하는 커플 등 반응은 다양했다.
한 노인이 14일 오후 종각 일대를 행진하던 서울퀴어퍼레이드 차량 현수막을 떼어내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