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국무총리 공관 경계로부터 100m 이내의 옥외집회·시위를 모두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해당 조항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 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첫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이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정한 집시법 11조 3호 및 23조 중 11조 3호에 관한 부분, 같은 법 24조 5호 중 20조 2항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심판대상 조항에는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합헌적인 부분이 같이 있기 때문에, 단순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로 결정하고 2019년 12월31일까지 심판대상 조항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위헌부분을 개정하지 않게 되면, 심판대상 조항은 2020년 1월1일부터 모든 효력을 상실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무총리의 헌법상 지위를 고려하면, 집시법 금지장소 조항은 국무총리의 생활공간이자 직무수행 장소인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심판대상 조항의 경우 공관의 기능 등을 직접 저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규모 옥외집회·시위’,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옥외집회·시위’까지도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고,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심판대상 조항 중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금지장소 조항을 전제로 하고 있는 해산명령불응죄 처벌조항 역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 된다”
서울중앙지법에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정모씨는 2014년 6월 ‘6·10 청와대 만인대회 시위’를 주최하면서 국무총리 공관 경계로부터 60m 지점에서 만민공동회와 횃불시민연대 등 회원 약 100명과 손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경찰이 해산명령을 했음에도 불응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정씨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중 “총리 공관 100m 이내의 모든 옥외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집시법 해당 조항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씨 주장의 타당성을 심리한 뒤 집시법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소지가 있음을 인정,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현행 집시법 11조는 국무총리 공관 경계로부터 100m 이내에서의 모든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23조는 이를 어긴 사람 중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그 외 집회·시위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경찰관이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참여자들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위한 제8차 촛불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국무총리공관을 향해 행진하던 중 경찰에 막혀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