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상고 법원 설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법원행정처로부터 회유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전직 간부가 16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16일 오전 10시부터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 이재화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8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변호사는 "양 전 원장과 그 산하의 법원행정처가 판사의 고유 업무 범위를 넘어서 저지른 사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데 협력하기 위해 오늘 참고인으로 출두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 변호사 회유 정황이 담겼는데 느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2014년 9월 대법원이 처음으로 상고법원과 관련한 공청회를 실시하기 전날 법원행정처 실장을 맡고 있던 고등법원 부장 판사가 전화해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공청회 발언에 왜 관여를 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했다.
그는 "문건에는 법원 인사가 몇 차례 접촉했다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한차례였다"며 "그 이후로는 직접 접촉한 적은 없고 다른 경로 통해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스러운 정황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상고심 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에서 활동했는데 위원 중 일부가 종전 입장과 달리 '상고법원을 꼭 반대해야겠냐' '상고법원 검토해볼 필요 있지 않겠느냐' 등의 얘기를 한 것이 그 형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 산하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에서 회유 대상과 관련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당시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양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변호사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 소송 등도 대리했다.
앞서 지난 11일 검찰은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과 김준우·최용근 사무처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양승태 시절 법원행정처의 회유 정황 등 문건의 실행 여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들은 문건에 이 변호사에 대한 세평과 함께 설득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는 취지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를 상대로 회유와 압박이 실제로 이뤄졌는데 확인하고, 재판거래 의혹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출신 이재화 변호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