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한미약품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이익 본 투자자들이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잇따라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7부(재판장 함상훈)는 한미약품 공시 직전 38억 상당의 보유 주식을 모두 매도해 거액의 이익을 봤다가 위법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을 처분받은 김모씨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예전 직장인 증권사를 같이 다니던 후배와 계속해서 주식 정보를 교환 및 공유해왔고, 매도 당시 같은 사무실에서 후배가 주식을 판 직후 김씨도 팔았다”며 “주식 전부를 단기간에 팔려고 했던 상황을 비춰볼 때 이 둘이 아무런 정보 교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알게된 정보가 미공개 중요정보가 아니라는 김씨 주장에 대해 “후배가 검찰 조사 진술 당시 ‘주식을 판 이후 김씨에게 정보를 전달했다’면서도 팔기 전부터 매도 계획을 공유했던 것으로 보여 매도 시점에 정보를 전달받고 팔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미공개 중요정보가 공시된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매도한 것을 보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전달받아 거래에 이용하는 등 다분히 계획적,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며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공시되는 정보로 거래하는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해야 하므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할 공익 보호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11부(재판장 박형순)도 최근 또 다른 투자자 신모씨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신씨 역시 주식 매도 당시 입수한 정보가 미공개 중요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고 있는 한미약품 법무팀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았고, 검찰 조사에서 매도 당시 이 직원의 말을 친구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신씨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어 “주식 매도로 얻은 이익이 작다고 하지만 회피손실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호재 공시 이후 악재 공시 이전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어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요해 손실을 회피하는 행위가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선의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고 시장경제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과징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16년 9월30일 오전 9시29분쯤, 한미약품은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독일 제약회사가 한미약품에 항암신약 권리를 반납해 기술수출계약이 파기됐다’는 정보를 공시했다. 그러나 김씨와 신씨는 이에 앞서 주식을 팔아 이익을 봤고, 위법성을 포착한 증선위는 이들에게 각각 각각 13억6000만원씩을 부과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사실상 첫 대규모 과징금 부과사례였다.
미공개 중요정보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자 공시 등의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정보다. 같은법 443조에서는 미공개중요정보가 매매 등에 이용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29일 장 마감 후 '제넨텍과 9억1천만 달러 규모의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공시한 뒤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 29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폐암신약 HM61713(올무티닙)의 기술 수출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