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 기간이 4주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특검팀의 1차 수사가 만료되는 날은 다음 달 25일이다.
특검팀은 1회에 한해 수사 기간 30일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수사 기간의 연장은 논의 대상이 아니지만, 만일 특검팀이 이러한 논의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수사 성과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남은 기간 이번 수사 대상 중 불법 자금 등 부진했던 부분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29일 특검팀에 따르면 이날 소환자 없이 전날까지 이뤄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소속 주요 피의자의 조사 내용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오후 닉네임 '드루킹' 김모씨와 '둘리' 우모씨, '트렐로' 강모씨 등을 불러 조사했다.
김씨 등은 네이버 아이디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등을 사용해 기사 댓글에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하는 등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김씨와 우씨는 이러한 혐의로 4월17일 검찰에 구속기소됐으며, 이달 20일 특검팀으로부터 추가 기소됐다. 이들은 1심 선고가 연기되면서 구속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7일 또 다른 경공모 회원인 '초뽀' 김모씨와 윤모 변호사도 조사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참고인 신분이었던 윤 변호사는 댓글 조작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도모 변호사와 함께 피의자로 입건됐다. 윤 변호사는 '드루킹' 김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하도록 인사 청탁한 인물이다.
특검팀의 수사는 수사 개시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초뽀' 김씨와 강씨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의 주거지에서는 대선 전후로 포털에 게재된 9만여 건의 기사 링크 주소(URL)가 들어 있는 암호화된 이동식 저장장치(USB)가 발견되기도 했다. 해당 USB 안에는 경공모 회원이 김 지사에게 후원금을 지원한 것을 포함해 정치권 인사에 대한 후원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까지 특검팀의 수사는 악재가 겹치면서 진척되지 못했다. 특검팀은 17일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증거위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후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긴급성)에 의문이 있고, 증거위조교사 혐의에 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 김씨에게 고교 동창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소개하고, 노 대표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노 원내대표가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특검팀으 수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노 대표는 같은 날 오전 9시38분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아파트 현관에 쓰러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정의당이 공개한 노 대표의 유서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노 대표나 노 대표의 가족은 피의자로 입건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예정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전을 매개로 그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드루킹, 드루킹과 연관된 단체 회원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 조작 행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에 의한 불법 행위 ▲드루킹의 불법 자금과 관련된 행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이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인물인 우모 씨(필명 둘리)가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