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 M&A ‘폭풍전야’…누가 물꼬 틀까

이통 3사, 홈미디어 사업 강화…“IPTV-케이블TV 간 시너지 극대화”

입력 : 2018-07-30 오후 5:53:49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모두 인터넷TV(IPTV) 등 홈미디어 사업 강화에 주력하면서 케이블TV M&A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선 사업이 주춤한 가운데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들은 아직 투자 단계인 반면, 홈미디어 사업이 이통사들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유료방송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한 합산규제 또한 일몰됐다. 일단 유료방송 M&A 물꼬가 터지면 이통사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합종연횡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통 3사 중 M&A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KT는 합산규제가 일몰됐다고는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 바로 M&A에 나서긴 부담스런 상황이다. SK텔레콤도 한 차례 케이블TV M&A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 M&A를 추진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 불허 결정을 내면서 무산된 바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IPTV 3위 사업자로 기존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하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올해 초 인수설이 나오기도 했던 CJ헬로(점유율 13.10%)와 합병할 경우 단순히 유료방송업계 2위에 오를 수 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지난 26일 올해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케이블TV 인수와 관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케이블TV 인수는 항상 열려있는 안건”이라며 “향후 홈미디어 사업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인 만큼, 항상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콘텐츠 제휴를 위해 넷플릭스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는 등 홈미디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2분기 실적에서도 홈미디어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2%를 차지했고, 이통 3사 중 IPTV 가입자 순증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의 케이블TV 인수 가능성도 열려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27일 실적 설명회를 통해 “합산규제 일몰 등 규제 변화와 함께 유료방송 경쟁구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하면서 “유료방송 가입자 기반의 플랫폼을 강화하고, 질적 향상을 위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TV M&A, 콘텐츠사업자와의 제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료방송 강화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제휴 추진도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딜라이브(점유율 6.54%)의 연결고리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딜라이브의 지분 약 30%를 보유한 호주 맥쿼리그룹이 지난 5월 SK텔레콤과 함께 물리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현재 공동으로 휴대폰 리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 만큼 SK텔레콤이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경우, 딜라이브가 유력한 후보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M&A에 나설 경우, IPTV 1위 사업자인 KT도 케이블TV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에는 딜라이브 노동조합(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지부)이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딜라이브의 KT 매각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딜라이브 노조 측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후 시장에서 M&A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KT가 딜라이브 채권단에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KT와 딜라이브 사측 모두 이를 바로 부인했다. KT IPTV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30.54%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KT가 M&A 시장에 뛰어들 경우, CJ헬로나 딜라이브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CMB(4.93%) 등 중소 케이블TV 사업자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안창현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