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광고는 옛날 산업? 빅데이터·인공지능 필수죠"

박상현 SK스토아 광고사업본부장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에 시청자들도 호응
자동화 구축해 소상공인부터 해외광고주까지 만족시키는 시스템

입력 : 2018-07-17 오후 2:05:38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광고 나오잖아. 다른 채널로 돌려."
 
채널을 고정시켜놓고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광고 영상이 튀어나오면 시청자의 인상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재미도 없고 유익할 것 같지 않는 광고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광고도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광고 제작사나 TV 방송사들은 광고에 유머 코드를 입히고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는 등 시청자 한 명의 눈길이라도 끌고자 노력한다. 재미있고 유익한 광고는 인상깊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특히 VOD(주문형비디오)가 주력인 인터넷(IP)TV 사업자들에게 톡톡 튀는 광고 상품 개발은 중요한 과제다. IPTV를 서비스하는 SK브로드밴드와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기업인 SK스토아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 중구 SK 남산빌딩에서 만난 박상현 SK스토아 광고사업본부장은 광고주와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광고 상품을 소개했다.
 
박상현 SK스토아 광고사업본부장이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SK스토아
 
박 본부장은 제일기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광고계에 발을 들였다. 10년간 광고를 익힌 그는 이메일 마케팅을 주로 하는 광고 기업을 창업해 독립했다. 회사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 뒤 다시 제일기획으로 돌아가 디지털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수완이 좋았다. 이후 SK플래닛에 몸담았다가 SK스토아로 옮긴 뒤 광고 플랫폼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사진을 찍어 글자를 입힌 후 완성된 광고 파일을 신문사에 전달하는 것부터 이메일·검색을 거쳐 IPTV 광고상품까지 광고의 거의 모든 영역을 섭렵했다. 전통적인 광고부터 최신 영상 광고까지 두루 경험한 셈이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자질에 데이터분석 능력도 갖춰야 
 그에 따르면, 전통적인 광고 사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우뇌의 사용 능력을 중요시했다. 우뇌는 청각·공간적·예술적 영역과 감성적 능력을 담당한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이나 문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요구됐다. 하지만 광고에서 소비자 성향 분석이 필수로 떠오르면서 데이터 분석과 수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좌뇌의 역할이 커졌다. 경영학을 전공한 박 본부장은 "광고가 전통적으로 우뇌를 많이 쓰는 사업이었는데 수학과 각종 기술, 데이터가 접목돼 좌뇌의 역할이 커졌다"며 "광고 사업에서도 각종 기술과 데이터의 교류가 갈수록 중요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광고 인재는 창의성과 데이터 분석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SK스토아는 지난 16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광고를 해주는 VOD 광고상품 'VOD샵(#)'을 출시했다. 광고주가 남성용 린넨 바지 광고를 많이 볼 것 같은 남성들에게만 상품을 알리고 싶다고 요구한다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30대 직장인 남성에게만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고객 분석은 SK브로드밴드의 IPTV 'Btv' 셋톱박스를 통해 이뤄진다. 사용자가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별과 나이대를 추론한다. 가족 구성원별 나이대와 성별까지 추론이 가능하다. 각 가정의 무선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폰의 활동 내역을 분석하는데 여기서 SK 계열사들의 서비스와 연동된다.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나 OK캐시백, 모바일 지갑 서비스 '시럽' 등에서 사용자가 어떤 상품을 주로 봤는지, 어느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는지를 통해 사용자를 분석한다.
 
"고양이 용품 광고는 김 집사에게"…맞춤형 광고 'VOD샵'
맞춤형 광고는 타깃이 확실한 제품이나 서비스일수록 그 효과가 더해진다. 가령, 고양이나 강아지 용품 광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게 더 효과적이다. 11번가에서 애견용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이 VOD를 재생할 경우에 애견용품 관련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실제로 광고주들이 SK스토아에 맞춤형 광고를 요청하고 있다. 주로 면도기나 탈취제, 차량용품 등 타깃이 명확한 상품들이 대상이다. 
 
단, 모든 데이터는 비식별 데이터로 수집된다. 성별과 연령대의 활동 내역만 수집될 뿐 특정인의 활동 내역인지 알아낼 수 없다는 의미다. 박 본부장은 "기존에는 광고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내보내 우리광고를 누가 주로 보는지 알 수 없었다"며 "타깃팅 광고를 통해 광고주와 시청자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고주들은 같은 돈을 내고 효과가 더 좋은지, 아니면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는지, 이 두가지에 초점을 맞춘다"며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에 광고주들도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VOD샵을 통해 광고의 데이터화를 달성한 SK스토아는 자동화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광고를 집행하려면 광고주가 SK스토아같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연락해 광고에 대해 설명하고 수작업으로 이를 구체화해야 했다. 하지만 자동화 시스템으로 하면 온라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광고 신청이 가능해진다. 가령, 광고의 타깃 연령·성별과 광고 제품(서비스), 예산을 입력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 중 대략 몇 명이 해당 광고를 보게 될 것이란 점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동화는 오는 9월이면 가능할 전망이다. 박 본부장은 "향후 광고는 데이터화와 자동화를 모두 충족시켜야 광고주와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SK스토아는 이러한 광고 플랫폼이 9월부터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IPTV의 광고는 크게 VOD와 실시간 방송용으로 구분된다. SK스토아같은 광고 플랫폼 사업자와 광고주가 더 집중하는 영역은 VOD 광고다. VOD 광고는 시청하고자 하는 VOD 콘텐츠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광고를 말한다. 본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기다리는 시간이므로 광고 이탈률이 낮다. 그만큼 광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 광고 단가도 높다. 반면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 앞뒤에 나오는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송출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의 연령대와 성별 등을 알 수 없다. 광고 중에 채널을 변경할 확률이 VOD보다 높아 집중도도 떨어진다. 
 
SK브로드밴드 모델이 IPTV ‘B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
 
"재래시장 소상공인부터 해외 광고주까지"
SK스토아는 소상공인도 방송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비싼 방송광고를 내보낼 수  없다. 지역 자영업자들의 경우 굳이 전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할 필요는 없는 경우가 많다. 가령 우리 동네의 음식점 광고는 해당 구의 시청자들에게만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SK스토아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함께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게 적은 예산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지역 단위의 요식업 종사자들도 방송 광고가 가능해졌다"며 "사회적 가치 실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SK스토아의 광고 플랫폼 자동화가 완료되면 해외 광고주도 모집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광고 소재가 한국의 심의규정에 문제가 없으면 해외 광고주도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며 "광고 플랫폼이 해외로 발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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