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표명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서도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만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는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7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의 5당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그는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5당 연대가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5당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 대표와 통화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한국당도 손해를 볼 일이 없다”며 “정치개혁은 여야 합의가 관례이니 국회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사이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정 대표가 통화한 날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다당제를 원하면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면서 “소선거구제에서는 군소정당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희상 의장은 취임 후 개헌 재추진 필요성을 역설하며 “선거제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의 의미가 없다”며 득표수에 비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바른당은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방안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제시하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정의당은 고 노회찬 의원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에 당력을 집중하겠단 각오다.
다만 6월 지방선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크게 승리한 민주당은 다소 소극적이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논의해 국회가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주도해온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달 중순쯤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개특위가 입법심사권까지 부여받은 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당 지지율에 비례하도록 의석을 구성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선거제도 개혁 최우선 과제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4월 당시 국회에서 열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상견례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