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방송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업계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방송광고의 낡은 규제들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인터넷TV(IPTV)와 같은 플랫폼사업자보다, 광고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다.
이달 초 한국방송협회장으로 취임한 박정훈 SBS 사장의 취임 일성도 규제 개혁 문제였다. 박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구시대에 만들어진 낡고 불합리한 차별 규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차별 규제로는 ‘중간광고’가 꼽힌다. 지상파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유료방송과 종편(종합편성채널)에 허용된 중간광고를 지상파만 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적인 비대칭 규제라는 것이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9일 “지상파 광고 매출이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UHD 방송이나 스포츠 중계 등 지상파의 공익성은 계속 강조되는데, 넥플릭스 진출 등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상암동 MBC를 방문해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 등 업무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PP업계는 전체 방송광고시장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쪽으로 광고시장이 쏠리면서 방송광고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광고시장은 10조43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한 반면, 방송광고시장은 2조9133억원으로 9.0% 감소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조사한 올해 하반기 광고경기전망지수(KAI)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AI는 광고주 중에서 해당 기간 광고비 지출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많으면 100이 넘고, 반대면 100 미만이 된다. 하반기 온라인·모바일 분야는 112.6을 기록했지만 지상파 95.8, 케이블방송 96.2, 종편 98.2 등으로 방송업계는 모두 100 미만이었다. 온라인·모바일을 제외하고 모두 광고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PP업계 관계자는 “방송광고 금지 품목들을 일부 완화하는 등 방송광고시장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광고 금지 품목들이 오래 전 규정이라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 허용을 두고 매체 간 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광고는 되고 방송은 안 되는 형평성 문제도 다시 점검해야 할 사항”이라며 “광고와 관련해서 의료법이나 국민건강증진법 등으로 부처별로 규제 내용이 다른 점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