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 강화를 추진하면서 건설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정위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나누지 않고 총수일가 지분율 20%가 넘는 건설사에 내부거래 규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일감 몰아주기, 입찰담합 등으로 쌓은 공사실적을 시공능력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불공정 관행을 막기 위한 다각도의 규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유진수 위원장과 이봉의 경쟁법제 분과위원장, 이황 절차법제 분과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편을 비롯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 시 지금껏 관행처럼 이어진 건설사들의 내부거래가 위험요소가 된다.
지난달 29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공정거래법 개편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로 대표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특위는 현재 적용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총수 일가가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로 규제 대상을 확대 권고했다. 또 규제 기업이 자회사의 지분을 50% 초과 보유할 경우에도 규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개정안 적용 시 KCC건설, 태영건설 등의 건설사들이 추가 규제 대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KCC건설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보면, 정몽열 KCC건설 대표이사가 29.9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 전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특위가 내놓은 개정안이 적용되면 규제망에 걸린다.
태영건설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29.9%로 당장의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적용되지 않지만 권고안대로 바뀌면 제재 받을 수 있다. 특히 태영건설은 올 초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의 친족인 변탁 태영건설 전 부회장의 소유 주식을 매각하면서 30% 기준에 벗어났다. 지난해 12월말 태영건설 총수일가 지분율은 윤석민 대표이사의 지분 27.1%를 포함한 31.1%였다.
GS건설도 마찬가지로 허창수 GS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지분율이 28.72%로 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간신히 피하고 있다.
중흥건설과 호반건설 등은 자회사 지분이 50%를 초과하는 규제안에 적용돼 수십개의 계열사가 신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흥건설은 현행 35개 계열사에서 특위 권고안 적용 시 20개가 추가 규제 대상으로 늘어난다. 또 호반건설도 개편 시 규제 대상 16개회사가 편입돼 총 31개 계열사가 규제 기업으로 확대된다.
다만 문제는 특위 권고안이 시행되더라도 공익법인 등 간접 지분율은 제외돼 내부거래 문제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연구소 경제정책팀 팀장은 "지금도 기업들이 일괄적으로 지분율을 29.9%로 낮춰서 30% 규제율에 맞춰 빠져나가고 있다"며 "새로운 규제 기준인 20%로 규제하면 19.9%으로 직접 지분율을 낮추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 외에도 공익법인 지분율을 포함한 간접 지분율 규제를 해야 한다"며 "핵심적인 내용을 빼버린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규제는 시늉만 하고 실제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올초 건설공사 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막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쌓은 공사실적을 시공능력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계열사 간 거래나 입찰담합으로 딴 공사는 시공능력평가에서 빼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특위가 제출한 권고안을 토대로 이달 안에 정부안을 마련해 입법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