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줄 알았더니…자율신경 실조증?

신경계 균형 무너지기 쉬운 여름철…무기력·불면증 지속되면 의심해야

입력 : 2018-08-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회사원 A씨는 최근 꺾일 줄 모르는 무더위에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를 느꼈다. 밤에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기도 했다. 이따금 찾아오는 두통도 골칫거리였다. 더위를 먹은 거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어느 날 컨디션이 유독 안 좋아 찾아간 병원에서 '자율신경 실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여름 더위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면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더위를 먹다'라는 표현 자체가 더위 탓에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병이 생겼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위에 지쳐 기운이 없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도 못 자는 상태가 지속되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균형이 무너지는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 몸엔 교감과 부교감, 두 자율신경계가 존재한다. 두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소화관의 운동과 땀의 분비, 체온 조절 등 생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한다. '더위 먹음'도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석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자율신경 실조증은 평소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린 사람, 면역력인 떨어진 노인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며 "에어컨의 찬바람이 심하게 싫어진다거나, 소화 장애, 두통 및 현기증이 같이 온다면 더욱 확실하게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신경 실조증은 심장박동의 변이된 정도를 측정하는 심박변이도 검사로 측정할 수 있으며 자가진단표 15가지 문항 중 10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 봐야한다. 자가진단 문항은 ▲몸이 나른하거나 쉽게 피로해진다 ▲잠잘 때 식은땀을 흘린다 ▲감기에 잘 걸리거나 걸리면 잘 낫지 않는다 ▲더위나 추위를 잘 탄다 ▲에어컨 바람이 싫다 ▲화를 잘 내거나 신경질적이다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 ▲일어날 때 현기증이 있다 ▲목이 아프거나 자주 마른다 ▲구내염이 잘 생긴다 ▲손발이 저리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린다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이 있거나 자주 소화가 안 된다 ▲다리가 자주 붓는다 ▲목이나 어깨가 자주 결린다 등이다.
 
자율신경 실조증은 증상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다. 또 검사상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요인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양 의학적 약물요법으로는 항불안제, 수면제, 항우울제, 교감신경의 억제제 등이 있으나 본질적인 치료보다는 증상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무너진 균형이 기혈음양 중 어디인지 찾아내고, 증상과 개인에 따라 달리 처방해 항상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한의학에선 더위를 먹었다고 찬 음료나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거나 지나치게 냉방을 하면 무너진 음양기혈은 더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석재 교수는 "자율신경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내와 외부의 기온차를 지나치게 하지 말고 무리한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더위에 지쳐 기운이 없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도 못 자는 상태가 지속되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균형이 무너지는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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